복사기 업체의 대명사 제록스(XEROX)사가 월가에서 천덕꾸러기가 되고 있다. 작년엔 주당 60달러를 넘나들던 주가가 지금은 10달러 대로 주저앉으면서 70%이상 하락한 상태다. 이번엔 여타 기업들이 수익 호전을 발표하고 있는 와중에 2·4분기 수익이 작년에 비해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고 밝혀 전체 시장에 먹구름을 몰고온 장본인중 하나가 됐다.
3·4분기는 더욱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모범적인 노사문화와 지식경영의 표본이었던 제록스사가 전통적인 “종이”에 기반을 둔 사업에 비전이 줄어들면서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아직 종이에 대한 수요는 왕성한 상황이고 컴퓨터 보급과 함께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던 종이 수요가 오히려 증가했다는 보고도 있지만 디지털 시대가 열리면서 종이와 함께 성장한 제록스사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이다.
제록스사의 몰락이 비단 주식시장에서만 감지되는 것이 아니고 신용등급 회사에서도 신용등급을 내릴 채비를 하는 등 전반적인 경영상황이 악화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5월 구관이 명관이라는 듯 전임 CEO를 다시 불러들이고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는 등 옛 영화의 부활을 위한 노력을 경주했지만 월가에서는 제대로 평가를 하지 않고 있다.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부채에 대한 부담은 지속되고 수익성은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탄탄하고 세계적인 성공 기업이라고 해도 기업의 부침은 하루 아침에 뒤바뀔 수 있다는 사실이 결코 남의 일은 아닐 것이다.
(삼성증권 뉴욕법인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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