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명의 쿠바인이 미국이 38년 전에 내린 대 쿠바 경제제재조치를 전면 해제할 것을 요구하면서 26일 수도 아바나에서 대규모 가두행진을 벌였다. 쿠바 혁명 47주년 기념일을 맞아 열린 이날 행진에는 피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이 앞장을 섰다.
다음달로 74세가 되는 카스트로 의장은 녹색 군복에 흰 테니스화를 신고 나와 국기를 흔들며 미국 이익대표부 앞까지 6㎞ 거리를 일반 참가자들과 함께 끝까지 행진했다.
국영 언론은 아바나 시민 200만여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100만여명이 행진에 참가했으며 미국에 대한 항의 시위 가운데 사상 최대 규모라고 밝혔다.
미국 하원은 지난주 미국이 쿠바에 미국의 식량 수출을 금지하고 의약품 판매를 제한하는 제재를 중지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가결했으며 상원도 식량과 의약품 판매를 허용하는 법안을 채택했다.
쿠바는 미국 의회의 이같은 조치들을 환영하지만 아직 충분하지는 않다면서 제재조치의 전면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62년 2월 미 케네디 행정부는 쿠바에 금수(禁輸) 조치를 취했으며 이듬해 7월에는 경제제재를 강화하고 미국인의 쿠바 여행을 금지했다.필립 리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쿠바 정부는 과거에도 아바나의 미국 이익대표부 밖에서 여러 차례 시위를 벌였다”며 이날 행진에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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