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유람선’부터 ‘다이너스티’에 이르기까지 많은 인기 TV 드라마를 제작한 바 있는 아론 스펠링은 10월에 NBC에서 첫 방영될 저녁 드라마 ‘타이탄’을 설명하면서 자신의 성공을 가능하게 해준 요소로 열정과 패션을 꼽았다.
물론 열정과 패션을 기막히게 결합시킨 것은 스펠링이 처음이 아니었다. 예를 들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만 해도 열정과 패션을 훌륭하게 결합시킨 작품이며, 조금만 더 생각을 해보면 그런 작품들을 더 많이 떠올릴 수 있다. 그러나 TV 방송계에서 스펠링은 수십년 동안 열정과 패션을 결합시킨 제품을 공급해주는 사람으로 군림해왔다.
그런데 이제는 패션 디자이너들이 스펠링의 작품들을 흉내내고 있다. 디자이너들은 스펠링의 작품들이 지금도 자주 언급되고 있는 것을 ‘변명’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어쩌면 디자이너 자신들이 스펠링의 구도를 본뜬 패션쇼를 통해 열정에 대한 자신들의 굶주림을 해소하고 싶어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실 스펠링은 자신의 작품 속에서 의상을 매우 ‘열정적’으로 이용했다. 예를 들어 ‘다이너스티’에서 조앤 콜린스와 다이어한 캐럴은 공격적인 의상을 입고 공격적으로 행동했다. 그들이 맡은 인물이 남성들의 영역에서 남성들과 겨루는 여성 기업가였기 때문이다. 그들의 모습은 껴안아주고 싶은 귀여운 여인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렇다면 집이나 사무실에만 틀어박혀 있는 컴퓨터광들이 수백만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는 요즘 세상에서 스펠링의 분위기를 되살리는 것에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디자이너들을 위한 유일한 변명은 그들이 쉽게 꺾이지 않고 남자의 기를 죽이는 여성의 모습을 진정으로 다시 한 번 보고싶어한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가장 커다란 권력을 지닌 여인인 힐러리 클린턴이 연달아 닥치는 모욕적인 사건들을 부드럽게 헤쳐나가는 것을 보아온 사람들이 약간은 거칠고 공격적인 여자들에 대한 굶주림을 느끼고 있음에 틀림없다.
(http://www.nytimes.com/library/magazine/home/20000723mag―style.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