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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정국경색을 푸는 순서

입력 | 2000-07-28 18:40:00


국회가 민주당의 소집 요구로 31일 문을 연다지만 우리는 그보다 앞서 여야간 대치와 갈등의 매듭부터 푸는 것이 일의 순서라고 생각한다. 그같은 매듭이 풀리지 않고서는 국회가 열리더라도 결국은 파행으로 치달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그저께 휴가를 중단하고 돌아와 국회 파행 사태에 대해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했을 때만 해도 한나라당 측은 이를 ‘사과’로 받아들이고 국회 정상화 쪽으로 방향을 돌리는 분위기였다.

그런데도 민주당측은 김대통령의 발언이 ‘사과가 아니다’라고 강조하고 오히려 한나라당측이 의안 상정을 폭력으로 저지하고 국회의장단을 불법 감금했기 때문에 이회창(李會昌)총재가 사과를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 주장은 한마디로 억지 논리이다.

본란은 그동안 민주당이 국회운영위에서 국회법 개정안을 날치기 처리한 것은 위법이기 때문에 이를 무효화하고 야당측에 사과하는 것이 정국 정상화의 길임을 거듭 강조해 왔다. “어떤 일이 있어도 국회에서 날치기 강행 통과 같은 것은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민주당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측은 사과 문제를 두고 여전히 말을 바꾸거나 인색한 자세만 보이니 안타깝다.

지금은 속 좁은 정치에 얽매여 있을 때가 아니다. 특히 정국을 책임지고 있는 여당은 좀더 대국적인 자세로 정국을 풀어 나가야 한다.

약사법 개정안과 추경예산안 그리고 경제 관련 법안 등 한시가 급한 의안들이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따라서 국회는 빨리 열어야 한다. 국회 정상화의 1차적인 책임은 무엇보다 여당측에 있다. 야당에 국회 등원의 명분을 주면서 국정 논의에 동참토록 해야 한다.

한나라당이 등원 명분을 얻어 민주당이 소집한 임시국회에 나오면 우선 약사법 등 급한 법안을 처리하고 문제의 국회법은 여야가 별도로 충분히 얘기를 나눠 타결점을 모색하는 것이 순서라고 본다. 국회법은 그렇게 시급한 사안이 아니다.

그러나 국회법 개정 문제를 놓고 여야가 효율적인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는 한나라당도 당론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의석 17석을 갖고 있는 자민련의 실체를 인정한다는 것인지 아닌지, 인정한다면 어떤 식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인지를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정국이 어지러운 가운데 일부 의원들은 시급한 국정보다 외유에만 정신을 쏟고 있는 모양이다. 자민련의 경우 의원 17명 중 11명이 외유 중이거나 외유 계획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의원들의 보다 진지한 자세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