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金泳三·YS)전대통령과 김종필(金鍾泌·JP)자민련명예총재가 ‘상부상조’하면서 서로의 정치 보폭을 넓히고 있다. 정치권에선 특히 YS와 JP 양김(兩金)의 최근 행보가 ‘차기 대권에서의 영향력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자칫 정치권이 신 3김시대로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YS는 28일 서울 상도동 자택에서 자민련 김종호(金宗鎬)총재권한대행을 만나 “자민련 없이 어느 당도 과반수가 안 되는 상황에서 교섭단체 20석을 고집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야당을 비판하며 “김대중(金大中)대통령도 JP의 협력 없이 국가 일을 할 수 없다”고 말해 JP의 존재가치를 부각시켰다. 또 95년 집권 당시 JP를 축출했던 ‘과거사’를 상기하며 “그때 내가 청구동으로 찾아가서라도 탈당을 말려야 했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아쉽다”며 “JP는 앞으로도 할 일이 많은 사람”이라는 말도 했다.
YS는 26일에는 여권의 잠재적 대권후보로 꼽히는 고건(高建)서울시장과 만났는가 하면 그 직전에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영남대권(후원)론’을 제기하는 등 최근 들어 노골적으로 ‘차기’ 관련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JP는 16대 총선 참패에도 불구하고 민주당과 한나라당 사이를 오가는 ‘곡예정치’로 정치적 영향력을 오히려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22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와의 전격 회동은 민주당으로 하여금 운영위에서 국회법개정안을 날치기 처리하도록 ‘유도’한 결과가 됐다.
자민련은 요즘 부쩍 “다음 대선은 어느 쪽이 자민련을 잡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릴 것”이라는 주장을 공공연히 하고 있다. 김대중대통령과 더불어 YS와 JP도 다음 대선에서 ‘킹메이커’ 역할을 하려 들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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