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에게 젊은 날을 이야기하는 서양 할아버지 입담이 이와 같을까. 물리학자 가모브의 자서전을 읽고 있으면 구수한 만담을 듣는 듯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나온다.
이야기의 스케일도 장대하다. ‘독일 영국 미국 등등을 돌아다니며 공부하다 닐스보어 러더퍼드 퀴리 등 일급 과학자들과 친구했고, 임금님의 만찬에 초대받았을 때는 옷이 없어 못가기도 했는데, 어쩌다 우주 탄생의 비밀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니까. 손주라면 ‘에이 거짓말…’이라고 코웃음칠 지도 모른다.
조지 가모브. 우주 생성의 비밀을 밝힌 대폭발(빅뱅)이론의 창시자. 책은 러시아 출신으로 미국에 망명했던 그의 회상록이다.
가모브의 지적 호기심은 생물학에도 미쳐 DNA 구조의 규명에도 중대한 역할을 했지만, 그가 가진 제3의 천분은 ‘유머’였다.
사이비 과학자가 유전자의 역할을 무시하는 ‘환경영향설’을 우기자 “아기가 우유배달부를 닮는 것이 그런 환경영향의 증거”라는 말로 좌중을 웃기고, 고향을 탈출하는 긴장된 순간에도 “모든 국경의 자연장애물 곱하기 인공장애물 수준은 일정하다”는 ‘장애물 상수(常數)’를 논하며, 빅뱅이론으로 ‘신창세기’라는 성경 패러디를 만들어내는 그의 기발함은 과학과 인연 적은 평범한 독자마저 시종 웃게 만든다.
▼'창세의 비밀을 알아낸 물리학자 조지 가모브' /조지 가모브 지음/사이언스북스 / 김동광 옮김/ 308쪽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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