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꽃을 수출했던 93년에는 솔직히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세계 누구와 겨뤄도 자신이 있습니다. 세계 정상에 올라설 날도 머지 않았습니다.”
경기 파주시 적성면 어유지리에서 백합을 재배해 수출하는 김기태(金基泰·41)씨 부부는 요즘 오전8시부터 자정까지 하루 16시간을 한증막같은 온실 속에서 보낸다.
소화할 수 없을 정도로 수출 주문이 밀려들어오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서만 일본의 바이어 4명이 직접 농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전북 김제시 만경읍 몽산리 만경화훼영농조합 대표 박종기(朴鍾基·39)씨도 8월 중순 납품을 준비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박씨는 “세계에서 제일 까다로운 일본 시장을 개척한 만큼 세계 어디든 진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한국산 꽃’이 세계를 누비고 있다. 특히 아시아 최대 꽃시장인 일본에서 한국은 ‘꽃 수출대국’인 네덜란드를 제치는 이변을 일으켰다. 장기 수송이 가능한 선인장의 경우에는 세계시장의 70%를 장악했다.
▽세계로 향하는 한국산 꽃〓일본 시장에서 한국산 장미는 점유율 44%, 백합은 41%로 네덜란드와 뉴질랜드를 추월해 1위를 굳혔다. 최근에는 국화 수출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상반기 일본에 대한 국화 수출액은 23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5만9000달러에 비해 3809%의 비약적 성장 신화를 만들어 냈다. 이에 따라 5월말 대만(30.8%) 네덜란드(29%)에 뒤져 있던 국화시장 점유율(22.2%)도 조만간 1위로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농업 전문가들은 “금년은 한국이 네덜란드를 제치고 아시아의 화훼 강국으로 등장하는 원년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성공의 조건〓구미원예수출공사 박금용부장은 “우리나라는 일조시간이 풍부해 같은 품종이라도 색이 깊고 아름답다”며 “일본과 지리적으로 가깝기 때문에 수송 시간과 비용이 절약되는 이점도 있다”고 분석한다. 서울∼도쿄간 화훼 수송비는 ㎏당 1150원으로 네덜란드∼도쿄간 1800원에 비해 36% 이상 싸다.
대외적으로는 △일본의 화훼 농민들이 고령화되면서 경쟁력이 떨어졌고 △중국의 화훼 기술은 아직 제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
▽낙관할 수만은 없다〓자체 개발한 종자가 거의 없기 때문에 적지않은 로열티를 외국에 지불해야 한다. 희귀 품종인 카랑코에 미니국화를 재배하는 농원의 경우 화분 1개당 30원에 육박하는 로열티를 네덜란드 피이에스사에 지불한다. 판매 수익 180원의 15%를 넘는 금액이다.
국화를 수출하는 경기 고양시 토화농원 이훈기씨(44)는 “네덜란드가 동북아 시장을 겨냥해 중국에 대규모 온실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자체 품종 개발과 원가 절감, 유통비용 축소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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