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등' 단체는 어떤 단체인가?
지난 3월 3일 전국의 30개 시민단체가 예산감시네트웍을 결성하고 납세자의 날 행사를 가졌습니다.
지난해부터 준비해 온 이들 단체들 중에서 서울의 두 단체가 중심이 되어 당일 행사를 주관하고 네트웍의 결성을 알렸습니다. 워낙 많은 언론사가 행사장을 찾아 왔기에 이들 단체들은 다음 날 신문에 제법 소상히 알려질 것을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저녁 뉴스부터 이런 기대는 어긋났습니다. 함께 하지도 않은 큰 단체의 행사 배경화면으로 전락해 있었던 것입니다.
물론 다음날 신문기사들도 전부는 아니라 하더라도 많은 기사가 그렇게 취급되어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한겨레신문은 사진설명기사에서 참여하지도 않은 '참여연대와 경실련 등 30개 시민단체'라고 표기했습니다. 전국의 30개 단체가 이름도 없이 참여연대와 경실련 '등' 단체에 속한 것입니다.
'등' 단체라는 말은 작은 단체들이 큰 단체들의 이름에 가려 열심히 하고도 일한 만큼의 빛을 보지 못하고 자기 단체 이름 한 번 알리기도 힘든 현상을 빗대어 하는 말입니다.
워낙 경실련이나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같은 큰 단체들의 활동이 오래되고 활발한 탓도 있지만 -그만큼 이런 단체들은 사회적 신뢰를 획득한 상태지만- 다른 단체들은 아직 그에 미치지 못하는 탓도 있습니다. 이 학교를 개설한 저희도 아직은 '등'단체죠.
열심히 일하는 작은 단체들의 자조가 섞여 있는 말이지만 시민단체의 활동을 알리는 언론의 태도를 문제삼는 말이기도 합니다. 여전히 언론사들은 경실련이나 참여연대, 환경련이나 녹색연합 처럼 큰 단체 중심으로 보고 있는 것입니다.
실속있는 작은 단체들이 얼마나 많은지 언론사 조차도 잘 모르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예컨대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환경교육프로그램을 가진 단체는 불교환경교육원이라고 보는 데 이 단체를 아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요?
이 에피소드에는 특정한 영역의 문제와 관련해서는 그다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단체들 중에 훌륭하게 일하고 있는 단체들이 많다는 사실을 기억하자는 취지가 담겨 있습니다.
2. NGO ?
그런데 이런 단체들이 우리나라에는 얼마나 있고 어떤 단체들일까요?
우리 사회에서 시민단체들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입니다.
특히 김대중정부가 들어서면서 언론사들이 앞다투어 NGO란을 신설하면서 소위 메이져단체들에 관해서는 내부의 인사동정까지 보도될 정도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간혹 작은 단체들이 소개되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큰 단체들의 주요활동이 중심적으로 보도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런데 대부분 이들 단체를 NGO라고 소개하고 있는 데 NGO란 무슨 뜻일까요? 아시는 분들도 많으시겠지만..
우리가 쓰고 있는 NGO라는 말은 시민사회단체라는 말과 거의 동의어로 쓰이고 있습니다.
영어의 원뜻으로 보자면 NGO는 비정부단체 (Non Governmental Organization)입니다. 따라서 기업이나 병원, 학교 등등이 다 이에 포함됩니다.
지난해 서울ngo대회를 주관한 곳이 경희대라는 점을 상기하면 쉽게 이해가 될 것입니다.
그래서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과는 구분해야 한다는 필요 때문에 일각에서는-특히 일본에서는-NPO라고 부릅니다. Non Profit Organization 의 준말입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금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시민사회단체라는 말과 정확히 일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civicus라는 국제조직에서는 cso라는 용어를 사용하자고 하기도 합니다. civil society organization의 줄임말입니다.
이 각각의 용어들 사이에는 시민단체들이 갖는 기준이 담겨 있습니다. 비정부, 비정파, 비영리라는 기준이 담겨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통상적으로 시민사회단체라 함은 노동단체, 시민단체, 사회복지단체 등이 다 포함되어 사용됩니다.
어떤 경우에는 시민사회노동단체로 특별히 노동단체를 구별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엄격하게 사용하는 경우에 계층조직들은 제외됩니다.
즉, 노동조합, 농민조직, 각종 직능단체들이 이에 해당됩니다. 이들 단체의 경우에는 아무래도 자신의 계급적, 계층적 이해를 위해 행동하기 때문에 사회전체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움직이는 단체들과는 구별됩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ngo라 부를 때는 이 좁은 의미의 시민단체에 해당된다고 생각하시면 크게 틀리지 않습니다.
3. 한국시민단체 현황
우리나라의 시민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 10년 - 경실련의 창립이 1989년인데 이를 기점으로 합니다-되는 데 그 사이에 참으로 많은 단체가 생겼습니다.
다른 기회에 10년동안 시민운동이 어떻게 성장해왔는가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기로 하고 오늘은 지금 얼마나 많은 단체가 있는가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지난해 시민의 신문에서 한국시민단체현황에 대해 조사한 적이 있습니다. 제가 그 조사결과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96년에도 조사한 바 있는 데 당시에는 조사대상 단체수가 2914개였고 지난해 조사에서는 4023개 단체가 조사되었습니다.
이들 조직의 지부까지 합하면 20,000여개에 달합니다.(일본은 34만개, 미국은 114만개라는 통계도 있습니다.) 4,023개의 단체를 분야별로 분류하면 시민사회단체가 1,013개(25.2%)로 제일 많고 사회서비스복지단체가 743개(18.5%)이며 환경단체가 287개(7.1%), 지역자치 혹은 빈민단체가 222개(5.5%)로 조사되었습니다.
선진국과 비교하면 절대적으로도 많은 수는 아닙니다.
특이한 것은 이들 단체의 창립시기가 90년대 이후가 56.5%라는 것입니다.
즉 경실련의 창립을 우리 시민운동의 기점으로 보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데 현재 활동하는 단체들의 대부분이 90년대에 창립된 단체라는 사실은 경실련의 창립을 전후로 우리 사회운동의 성격이 민중운동에서 시민운동 성격으로 전환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 중에서도 시민사회단체의 경우에는 62.3%가 90년대에 창립된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이 단체들 중에서 정확한 분류는 아니지만 편의적 분류로 몇 단체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우선 종합적인 운동을 전개하는 단체가 있습니다.
잘 아시는 경실련, 참여연대가 있고 YMCA가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면서 일하고 있습니다. 제가 속한 단체도 이 범주에 속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환경단체로는 환경운동연합과 녹색연합이 있고 경실련에서 분리 독립한 환경정의시민연대가 종합적인 환경운동단체이며 교육으로 특색있는 불교환경교육원,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이 뛰어난 생태보전시민모임이 있습니다.
소비자단체로는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녹색소비자연대, 한국소비자보호단체협의회, 도시교통단체로는 녹색교통운동, 교통문화운동본부, 도시연대가 있고 교육단체로는 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 참교육학부모회, 정의로운 사회를 위한 교육운동협의회가 있으며 북한동포돕기운동으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좋은벗들(전 우리민족서로돕기불교운동본부), 여성단체로는 여성단체연합, 여성민우회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약간 나열한 것만도 20개가 넘습니다. 지역까지 감안하면 주요하게 활동하는 단체만 해도 100여개가 넘습니다. 총선연대에 가입한 단체가 400개가 넘는 것이 이를 보여줍니다.
위에 거론한 단체들은 실제로 활동이 왕성한 단체들입니다. 물론 그 외에도 더 있습니다.
그러나 시민들이 알고 있는 단체의 수는 적습니다. 조금 관심이 있는 시민들조차 10개이상을 꼽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지난해 참여연대의 조사에 의하면 인지도가 10%가 넘는 단체는 경실련, 녹색연합, 참여연대 이 세 단체였습니다. 환경운동연합조차 인지도가 10%가 넘지 않았습니다.
시민운동의 시대라고 하지만 아직은 몇몇 단체 주도의 시민운동 시대로 읽혀지고 있습니다. 현실에서는 많은 단체들이 정력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데도 말입니다.
시민운동이 활성화되면서 많은 시민들이 시민운동에 대해 관심을 표하고 알고싶어 합니다. 이제 이 코너를 통해 시민운동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펼쳐나가고자 합니다.
궁금하신 것, 의문이 생기는 것, 이야기해보고 싶은 것등에 대해 서로 거리낌없이 이야기하고 토론했으면 합니다. 제가 알고 있는 범위내에서 성실하게 임해보겠습니다.
오늘 제가 우리 시민단체의 현황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 드렸습니다. 우선 시민단체에 대해 알고 싶은 것부터 논의를 시작해 보시죠. 반드시 제가 아니더라도 아시는 분이 계시면 누구라도 묻고 답할 수 있습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하승창(함께하는 시민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