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 물 가져오라고 한 지가 언젠데 아직 안나와.”
“언니야, 이리 좀 와봐. 여기 주문 좀 받아.”
26일 정오 경 서울 강남의 한 식당을 찾은 경남대 음악교육과 이소진(李素眞·여)교수는 여기저기서 들리는 반말과 큰 목소리에 눈살을 찌푸렸다. 91년부터 8년 동안 미국에서 생활한 이교수는 “종업원을 반말과 호통으로 마구 대하고 마치 머슴 다루듯 하는 우리나라 식당문화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미국에서는 주문하는 손님과 주문 받는 종업원 모두 조용히 대화를 나누듯 다정하게 이야기해요. 두 나라의 식사 문화가 근본적으로 다른 탓도 있겠지만 우리 국민 일부에게 종업원을 무시하는 좋지 않은 습관이 남아 있는 탓이 큽니다.”
강남의 한 대형음식점에서 종업원으로 일하고 있는 박영진씨(22·여)는 “평소 점잖고 부드러운 분들도 식당에만 오면 반말에 큰소리를 친다”고 말한다. 2년 동안 종업원 일을 하면서 박씨가 느낀 손님들의 잘못된 태도는 두가지.
뭔가 못마땅하면 호통부터 치는 습관. 주문한 것이 조금만 늦어지면 “주인 좀 오라고 그래” “손님을 뭘로 봐” 등 종업원과 음식점 주인을 깔보는 말이 서슴없이 튀어나온다.
“당연히 손님은 대접받을 권리가 있죠. 하지만 불만이 있으면 정확하게 그 불만을 지적해야지 무조건 ‘종업원 주제에 어디 감히’라는 식으로 군림하려고만 드니 정말 힘들고 당혹스러워요.”
또 다른 문제는 언어습관. 종업원에게 반말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호칭부터 ‘어이’나 ‘이봐’ 혹은 ‘언니야’ 등 저속한 표현이 적지 않다. ‘야’나 ‘임마’도 간혹 등장한다. 정성껏 서비스를 끝낸 종업원에게 “감사합니다” “수고했어요”라고 인사한다면 손님이나 종업원이나 서로 기분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그런 경우는 드물다.
종업원에 대한 태도는 바로 그 손님의 수준을 나타낸다. 이소진교수는 “손님과 종업원이 서로 인격을 존중할 때 식사시간은 훨씬 더 품위 있고 우아해 진다는 점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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