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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유현종 대하소설 '대제국 고구려' 전6권 출간

입력 | 2000-07-30 19:49:00


유현종(61)의 대하역사 소설 ‘대제국 고구려’(전6권)가 새롭게 선보였다.

1975년부터 4년여간 ‘연개소문’이란 제목으로 동아일보에 연재됐던 소설을 20여년만에 제목을 바꾸고 내용을 크게 손질해 내놓은 것이다. 당시 전통적 역사소설의 구성과 스타일을 현대적으로 변용시켜 20, 30대 젊은층을 역사소설의 독자층으로 끌여들여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작가는 “남북화해무드 등을 타고 옛 고구려 땅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현대 느낌을 더욱 살려 10% 이상 개작했다”고 설명했다.

‘대하’라는 말에 걸맞게 작품의 스케일은 중원평야 만큼이나 웅장하다. 역사책에서 접했던 주요 등장 인물만 꼽아도 100명에 이른다. 이야기는 방랑하던 주인공 연개소문이 광개토대왕비를 보며 대제국의 이상을 꽃피우는 것에서 시작한다(1권). 그뒤 정신적 지주인 을지문덕 장군이 3차에 걸친 수 양제의 침입을 물리친 활약상(2, 3권)과 을지문덕 사후의 대당 강경론자와 친화론자의 권력암투가 벌어지는 혼란기에 연개소문이 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잡는 과정(4권)을 세밀하게 그렸다. 연개소문은 당 태종과의 혈전에서 승리를 거둔 후 민심을 등에 업고 요동정벌의 거보를 내딛었으나(5권), 중원정벌에 실패 한 뒤에 반대파의 계략과 나당연합군의 공격으로 세계국가의 꿈은 수포로 돌아가고 비운을 맞는다(6권).

유씨는 “고구려의 영광사를 재현하여 현대를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민족적 자긍심과 호연지기의 폭발적 에너지를 되새겨 보자는 뜻에서 개정판을 냈다”고 작품 취지를 밝혔다. 특히 연개소문 을지문덕 양만춘 등 등장인물 중심의 영웅사보다 고구려라는 거대국가에 초점을 맞춘 민족사에 무게를 둔 것도 이 때문.

구체적으로는 “우리 역사중 유일하게 세계국가를 지향했고 외세의 간섭을 받지 않는 완전한 독립국가였던 고구려야말로 통일 한국의 모델로 삼을 수 있겠다”는 취지다. 이것이 물리적인 영토 확장이 아니라 고구려 정신의 계승을 뜻한다고 한다. “고구려 대 수 당의 전투에는 연인원 1000만명이 동원됐다. 인구비율로 따지면 2차대전보다 더 많은 군사력이 동원됐다. 이런 대규모의 전쟁을 치룰 수 있었던 것은 군사력 뿐 아니라 ‘고구려 문명의 힘’이다.”

내쳐서 유씨는 “남북 통일 이후에도 오래 남을 수 있는 작품이 되기 위해 남과 북 모두 인정하는 사실(史實)을 선택해 개작하려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살수 대첩’ 위치의 경우 추정지에 대한 주장처럼 남(평북 청천강)과 북(발해만 입구 릉하)이 제각각인데다 확실한 사적(史的) 증거가 없는 것들은 일단 훗날을 기약할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혀 적었다.

diga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