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대화인 채팅이라는 것이 궁금하여 얼마전 처음으로 시도해 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방가방가(반가워요), 본인 소개 좀 해줘요”
“저는 영화배우 박중훈이라고 합니다.” “푸하하, 속이지 말고 제대로 소개해 주세요.” “정말 영화배우 박중훈이라니까요.” “너 나랑 장난하냐? 네가 박중훈이면, 난 최진실이다.” “진짜 박중훈인데….” “박중훈이 왜 지금 나랑 채팅을 하니?”
제 말을 믿지 않고 무례한 말도 서슴치 않던 이 네티즌에게 저를 증명할 방법을 찾던중 한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당신 전화번호를 제게 주세요. 제가 지금 전화를 걸어드리죠.”
▼ 도와준 사람이 도움줄지 몰라
“실타. 차라리 너의 번호를 다오.” “이것 보세요. 제가 만일 가짜 박중훈이면 거짓말 들킬까봐 전화번호를 못드릴테고 진짜 박중훈이라고 해도 알려진 사람이라서 전화번호를 못드릴 것 아니겠어요? 그러니까 확인하고 싶으시면 전화번호를 주세요.” “?!!”
그렇게해서 가까스로 통화가 됐습니다. “여보세요! 제 목소리 들으니까 진짜 박중훈이라는거 믿으시겠어요?” “어? 진짜네!” 그 네티즌은 제가 채팅을 할거라는 걸 절대 생각 못했다고 합니다. 그리곤 저에게 막말을 한 것을 미안해 했습니다.
꽤 오래전 해외에서 촬영을 마치고 여행자의 도를 넘지않는 수준에서 카지노에 들러 가볍게 게임을 한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손톱에 때가 잔득 끼고 머리에는 기름이 줄줄 흐르는 지저분한 행색의 교민 한 분이 저를 알아보시고는 25달러짜리 칩 하나를 달라고 계속 졸라댔습니다. 아마 카지노에 거의 상주하며 그런 식으로 살아가는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귀찮기도 하고 싫기도 해서 마지못해 칩 하나를 주었습니다. 30분뒤 저는 수중에 있는 칩을 모두 잃고 배가 고파서 제 일행들을 찾아봤습니다. 그런데 한참을 찾아도 일행은 안보이고, 좀전과 달리 테이블 위에 칩이 제법 수북히 쌓여있는 아까 그분이 보였습니다. 그분에게 다가갔습니다.
“저어…아까…그…칩…다시 주시면 안돼나여?” 그분은 귀찮다는 듯 25달러짜리 칩을 제게 던져주었습니다. 굴욕(?)스러웠지만, 감사하다고 말하곤 도망치듯 빠져나와 그 칩으로 밥을 사먹었습니다. 제가 그 칩을 줄 때까지만 해도 다시 달라고 하게 될 줄은 생각조차 못했습니다.
그 우물물 더러워 안먹겠다고 침 뱉고 돌아서선 도저히 마실 물 없으면 다시 찾는 게 인생이란 말도 있듯이 세상엔 ‘절대’가 없나 봅니다. 저와 전혀 관계 없을 것같던 이들이 제 주위 사람이 된 적도 많고 제가 절대적으로 믿었던 신념 또한 더러는 예외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혹시 확신에 넘친 저의 주장이 틀리진 않았나, 남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았나 가끔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 의사-약사님 어깨동무 하길
당연히 돌아가신 줄 알고 제사까지 모신 100세를 넘긴 부모님이 북에 살아계시고 절대 만나지 못할 것같던 남북정상이 손을 잡고, 결코 공존할 수 없을 것 같던 이데올로기들이 서로를 인정하는 요즘, 이 분들만은 절대 친구가 될 수 없는 걸까요? 의사님 약사님들의 어깨동무를 보고 싶습니다. 세상에 ‘절대’는 절대로 없다고 하니까요….
박중훈 joonghoon@seromesof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