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후보의 상승세를 막아라.’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앨 고어 부통령의 선거참모들에게 내려진 지상 명령이다.
최근까지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차 범위 내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각축하던 양당 후보의 지지율이 공화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부시의 우세로 굳어지고 있기 때문. 전통적으로 미국 대선에서는 양당의 전당대회 기간 중 해당 정당의 후보 지지율이 높아지는 ‘전당대회 프리미엄’ 현상이 나타나곤 했다.
그러나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가 딕 체니 전 국방장관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한 뒤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고어는 부시에게 10%포인트 이상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당대회 프리미엄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도 현격한 차다.
ABC방송과 워싱턴포스트지가 공동으로 실시해 29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부시 후보는 53%의 지지율을 얻어 42%의 고어 후보를 11%포인트나 따돌렸다.
28일 CNN방송과 USA투데이지가 함께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지지율이 부시 54%, 고어 40%로 나왔다. CNN과 시사주간지 타임의 공동 여론조사에서는 부시가 고어를 무려 16%포인트나 앞섰다.
민주당 진영에 비상이 걸린 것은 당연한 일. 이러다가 부시 우세가 11월 대선까지 콘크리트처럼 굳어지면 대세를 반전시킬 수 없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고어 진영은 당초 전당대회 개막 3, 4일 전에 할 예정이던 부통령 후보 지명을 앞당기고 350만달러(약 39억원)를 들여 ‘부시 흠집내기’ TV광고를 내기로 했다. 공화당 전당대회 개막일인 31일부터 미국의 17개 주에서 방영되는 이 광고는 딕 체니 공화당 부통령후보가 의원 재직 시절 환경보호법안과 빈곤가정 자녀를 위한 취학 전 아동교육 프로그램에 반대했다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러닝메이트인 체니를 공격해 부시의 표를 깎아내리겠다는 전략이다. 빌 클린턴 대통령도 30일 부시 후보는 ‘무늬만 온건 보수’라며 일격을 가했다. 부시 후보의 상승세를 막기 위한 민주당측의 전방위 공격인 셈이다.
민주당은 이같은 네거티브 공세 외에 공화당이 정강정책 초안을 확정한 29일 사회보장 강화, 공교육 여건 개선, 빈민층 지원 확대 등을 골자로 한 정강정책 초안을 발표해 맞불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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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共和주역 7人 축제속으로…▼
31일 개막된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는 환희와 열광 속에서 한편의 화려한 서사극처럼 장엄하게 펼쳐졌다. 전당대회는 11월 대선에 출마할 대통령과 부통령 후보를 공식지명하고 승리를 다짐하는 한판 축제이지만 한편으로는 ‘차기’를 꿈꾸는 야심만만한 정치 신인이 스타로 뜨는 무대이기도 하다.
전당대회의 주역인 조지 W 부시 텍사스 주지사(54)는 대회 개막 하루 전인 30일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에서 빗속 유세를 갖고 지지를 호소했다. 그가 버스를 타고 유세장소인 블루애시 스포츠 센터 앞에 나타나자 2000여명의 지지자들은 환호했다.
그는 민주당 우세지역인 아칸소를 시작으로 미주리 켄터키 오하이오 웨스트버지니아 펜실베이니아주 등 ‘격전지’ 6개주를 버스로 순회중이다. 지난 3개월 동안은 소규모 유세를 벌여왔다면 이제 대규모 유세로 본격 세몰이에 나서고 있는 셈.
4일밤 후보 수락 연설을 할 부시는 단순히 공화당뿐만 아니라 민주당과 무당파 유권자들에게도 감동을 주는 연설로 강한 리더십을 지닌 대선후보 이미지를 굳히겠다는 방침. 이를 토대로 8년전 부친의 패배를 설욕, 21세기 첫 공화당 집권시대를 기필코 열겠다고 벼르고 있다. 러닝 메이트로 결정된 딕 체니 전국방부장관(56)은 30일 공화당원들의 뜨거운 환영을 받으며 필라델피아에 입성했다. 그는 호텔로 모여든 지지자들에게 “우리 당은 단합돼 있고 우리의 목표는 분명하다”며 “부시 주지사는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단언, 열띤 박수를 받았다. 부시 전 대통령 시절 국방부장관으로 걸프전쟁을 치렀던 그는 부시 부자와 정치적 운명을 같이하게 됐다.
63세로 동갑내기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과 콜린 파월 전합참의장도 주요 연사로 부시의 이미지 메이킹에 발벗고 나섰다. 매케인 의원은 30일 당내 개혁파들과 주요 현안을 논의하는 ‘섀도 컨벤션’을 주재한 자리에서 부시에 대한 지지를 간곡하게 당부했다.
걸프전 당시 합참의장으로 명성을 얻은 파월은 전당대회 첫날인 31일 마지막 연사로 등장해 공동체와 발런티어 정신에 관해 사자후를 토해냈다. 흑인 대통령을 꿈꾼다는 말이 나도는 그는 부시가 당선되면 국무장관 등으로 기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유망한 여성정치인으로 대중적 인기가 높은 밥 돌 전 상원의원의 부인 엘리자베스 돌 전 미국적십자사 총재(64)와 러시아 전문가로 부시의 외교안보 고문을 맡고 있는 콘돌리자 라이스(45)는 부시 캠프를 돕는 여성 2인방. 이밖에 부시의 조카로 피플지가 선정한 미국의 유망한 총각 100인 중 4위를 차지한 조지 P 부시(24) 등 부시 가문의 유명인사들은 부시의 대선승리를 위해 총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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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 저당대회 이모저모▼
○…전당대회가 선거자금을 기부한 돈많은 인사들의 ‘돈 잔치’가 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30일 보도. 이 신문에 따르면 공화당은 지난해 1월이후 25만달러 이상을 기부한 기업이나 개인을 ‘리전트’그룹으로 관리. 100여명에 이르는 이들은 전당대회 기간 대회장에 상석이 마련되고 당지도부와의 개별 만찬과 파티가 계획돼 있으며 몇몇 핵심 인물들은 데니스 해스터트 하원의장과의 호화낚시여행까지 할 예정.
○…2만2000명을 수용하는 퍼스트 유니언 센터 대회장에는 30일 수천개의 의자가 추가로 놓여졌으며 이를 둘러싼 타원형 관중석의 오색 풍선들로 축제 분위기를 더했다. 또 전당대회장 옆에는 1만5000여명의 취재진들을 위해 4개의 대형 천막이 세워져 이미 미디어센터가 가동됐는데 AP통신 등 일부 언론사는 40∼50명의 기자들이 상주.
○…필라델피아 시청주변 중심가에는 30일 오전부터 공화당 정책에 반대하는 각종 단체 회원 등 6000여명(경찰 추산)의 시위대가 몰려 피켓 등을 들고 가두시위를 벌였다. 특히 전당대회장 주변엔 공식 출입증을 발부받은 대회참석자와 진행 요원 외에는 일반인과 차량의 접근이 차단된 상태로 FBI요원들은 반사경과 탐지견을 이용, 철저히 검색. 필라델피아 경찰도 대회장 입구에 금속탐지기를 설치,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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