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제도 폐지에 대한 보도가 나왔다. 얼마 전 새한의 워크아웃 신청을 계기로 이 제도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언급되더니 이제는 아예 제도를 없애는 것까지 생각하는 모양이다.
여타 정상기업에 비해 워크아웃 기업이 차입 이자율이나 상환기간면에서 불공평하게 유리하다는 점이 지적돼 왔다. 워크아웃 기업이 이런 특권적 지위를 활용해 덤핑 등 부당행위를 한다는 비난도 있었다. 제도 폐기 움직임은 이에 대한 대응으로 보인다.
원래 워크아웃이란 전쟁터에서 유래된 개념이다. 야전의 임시 치료소에서 마구 실려오는 부상자들을 간단히 치료할 수 있는 부류, 후방병원으로 후송할 부류, 도저히 손을 쓸 수 없어 사망을 방치할 수밖에 없는 부류 등으로 구분한 뒤 각 부류에 맞게 처리하는 작업이다.
그런데 이것이 우리나라에서 기업개선작업으로 번역되면서 매정한 판단을 하는 부분은 증발되었고 적당히 치료소에 머물러 있게 하는 부분은 오히려 커졌다. 그 결과 능력 이상으로 부상자 처리를 해야 하는 야전병원처럼 잘못된 처방을 하기도 하였고 함량 미달인 투약을 하기도 하였다. 이에 우리의 워크아웃은 정리해야 할 기업의 수명을 부당하게 연명시킨 데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게 된 것이다.
금융감독위원회는 3월말 현재 76개사가 워크아웃을 진행 중이며 이들에 대한 금융지원 명세는 이자 감면 72조6000억원, 출자 전환 2조8000억원, 신규자금 지원 4조5000억원이라고 밝혔다(5월20일자 동아일보). 압도적인 이자 감면은 그동안 워크아웃이 사망선언에 극히 소극적이면서 부상상태로의 연명에 주력했음을 시사하며 별로 많다고 할 수 없는 출자전환이나 신규자금 지원은 부상병의 적극적 처치에는 차라리 소홀했음을 알려주는 바라고 하겠다. 이러한 소극적 워크아웃은 당연히 관련 채권자들을 어렵게 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로 대표적인 채권자인 외환, 한미, 하나, 서울 등 4개 시중은행은 지난 연말보다 부실채권이 더 늘어났다는 보도이다.
이렇게 잘못된 결과는 현상적으로는 성실하지 못했던 경영진이나 이를 철저히 모니터링하지 못했던 채권관리단의 미흡한 처신에 기인한다. 그러나 투명하고 독립적인 선진국 기업에 비해 상호보증과 상호출자로 서로 얽혀 있는 우리 기업이기에 사망선고의 판단이 간단치 않았으리라는 보다 근원적인 점도 무시할 수는 없다.
더구나 대우 사망선고 후 나타난 예상을 넘는 파장을 보고 나서 복잡하게 연계된 계열 기업에 대해서는 어려운 결정을 내리는 데 더욱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게 됐을 수도 있다. 그러나 워크아웃의 실패는 그 원인이 어떠하든지 간에 은행부실, 금융불안, 경제위기의 우려, 자기실현 예상에 의한 경제위기의 악순환을 가져올 위험이 있다.
그러나 이 위험을 피하기 위해 워크아웃제도를 폐기하는 것은 마치 적의 추적을 피하지 못하는 타조가 머리를 땅에 박는 것과 같다. 제도 폐기로 악순환이 끊어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기업퇴출제도를 갖고 있지 못한 우리에게 이 제도는 화의나 청산보다 더 큰 신축성과 융통성을 지닌 제도이기에 의미가 있는 것이다.
2년여 전에 우리는 워크아웃이 무엇인지도 몰랐고 관련 전문가도 없었다. 상당한 실수를 할 수 있었다. 이제 2년이 넘는 경험도 있으니 제도를 폐기하기보다는 그 본질에 충실하도록 운영을 개선하는 데 힘써야 하겠다. 워크아웃에서는 기업부실을 털어 내고 자본을 충실화하는 과업이 핵심이 돼야 하겠다. 이자 감면보다 출자전환에 주력해야 하겠다.
운영개선을 위해 관련 경영자를 문책하는 것은 문제 해결을 연기하는 것이 되기 십상이다. 운영개선은 소유지배구조를 일신하는 제도의 정착화로 풀어야 할 것이다. 운영개선의 문제는 일상사를 결정하는 최고경영자는 물론 그의 부적절한 결정과 해이된 행위를 견제하는 이사회 구성원에 대한 응분의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는 방식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