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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A선택2000]美공화당 정강에 담긴 한반도정책

입력 | 2000-08-01 23:41:00


미국 공화당의 외교정책이 강성 기류를 띠고 있어 집권할 경우 한반도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공화당이 지난달 31일 채택한 정강중 한반도 관련 부분은 북한의 침략에 대비, 한국에 대한 안보 공약을 확인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공화당은 이와 함께 북한이 미사일로 미 본토를 공격할 가능성에 대비키 위해 국가미사일방어체제(NMD)를 구축할 것을 역설했다.

이는 한반도 문제에 대한 공화당의 기본 입장을 거듭 밝힌 것으로 새로운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96년 전당대회 이후 4년 만에 손질한 정강의 한반도 관련 분야에 별다른 변화가 없는 것은 공화당이 여전히 냉전적인 관점에서 한반도 문제를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어서 오히려 의미가 크다.

공화당 정강은 특히 6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한반도에 조성되고 있는 화해 협력 무드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민주당 행정부가 그동안 포용정책을 통해 북한을 대화 상대로 인정하고 국제사회로 이끌기 위해 노력해온 것과는 달리 공화당은 북한의 위협과 이에 대한 대응이라는 전통적인 대결 구도에 입각한 한반도 정책을 구사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미 UCLA 교환교수로 와있는 서강대 손호철(孫浩哲)교수는 “정강에 포함된 내용이 그대로 정책에 반영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여론조사에서 앞서고 있는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텍사스주지사가 집권할 경우 정강의 대부분이 새 행정부 정책의 토대가 될 것”라며 “이 점에서 정강에서 공화당이 한반도 문제를 언급한 것 자체도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공화당은 한반도 문제뿐만 아니라 외교안보 정책 전반에 걸쳐 미국의 힘과 영향력을 복원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의 하나로 강조하고 있다.

조지 슐츠 전 국무장관은 지난달 31일 국제공화당연구소(IRI·소장 존 매케인 상원의원) 포럼에 참석, 빌 클린턴 대통령의 유약한 외교정책을 비판하고 “힘과 외교의 균형을 대외정책의 근간으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악관 안보담당 보좌관을 지낸 브렌트 스코크로프트는 “미국이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많은 국가들이 미국에 대해 갖고 있던 존중심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라며 “이로 인해 우방들은 미국에 실망하고 있고 적들은 미국을 경멸하고 있다”고 말했다.또 로렌스 이글버거 전국무장관은 지난 8년간 미국의 외교정책이 비정상적으로 이루어져왔다며 미국은 특히 유럽과의 동맹관계를 재건해야 한다고 역설했다.리처드 아미티지 전국방부차관은 “미국의 국방력은 지난 몇 년 사이 군비 부족과 전략 부재 등으로 인해 상당히 약해졌다”며 “미국이 우월한 힘을 유지하기 위해선 군비를 충분히 증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날 포럼에 발표자로 나선 부시 진영의 외교안보 브레인들은 코소보사태와 러시아 중국 등에 대한 미국의 정책을 주로 비판했으나 북한 미사일 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현안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들의 발언 내용 중 상당 부분은 공화당이 채택한 정강의 외교안보 분야에 그대로 반영돼 있어 11월 대선에서 부시 주지사가 승리, 정권 교체가 이뤄질 경우 미국의 대외정책에 적지 않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