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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외석]철부지 이호준, 이제 효도하려나 본데…

입력 | 2000-08-02 09:57:00


세상에는 자기 아버지 빽만 믿고 설쳐대는 사람들이 있다.

SK 이호준도 예전에는 아버지를 등에 업고 세상을 살던 철없는 사람 중의 하나였다. 이호준의 아버지는 뭐하는 사람이었을까?

재벌 회장도 아니고, 판검사도 아니다. 이호준의 아버지는 광주 모경찰서에 근무하는 형사다. 지금도 현직 경찰로 재직하고 있다.

형사를 아버지로 둔 이호준은 어땠을까?

광주일고 재학 시절부터 이호준은 한마디로 잘나가는 꼴통이었다. 숱한 사고를 치는 문제 야구선수였던 것.

친구들과 몰려다니며 패싸움을 벌이는게 하루 일과였다.

여자 관계도 복잡한 편으로 알려져 있다. 수많은 피해자들이 이호준을 물고 늘어졌지만 이호준은 무사했다. 왜냐하면 아버지가 형사니까.

형사라는 직업상 아버지는 이호준에게 많은 애정을 쏟을 시간을 갖지 못했다. 이호준도 형사라는 독특한 직업을 가진 아버지의 덕을 톡톡히 보기는 했지만 아버지를 좋아하지 않았다. 둘의 사이는 멀어졌고, 이호준은 야구도 멀리했다.

예전에 김성근 감독이 해태 2군 감독시절 이호준의 야구 소질을 발견하고 올바른 길로 인도해 보려고 숱한 노력을 했지만 결국 김성근감독도 두손을 들고 말았다.

하지만 벌써 프로 6년차. 이호준도 나이를 먹었다. 아버지의 삶을 이해할 나이도 됐다. 그사이 투수로 입단했던 이호준은 글러브를 버리고 방망이를 잡으며 타자로 전향했다.

철이 들어 야구에 전념하면서 해태에서 주전자리를 어느 정도 확보했었던 이호준은 부상으로 2군에만 머물다 SK로 트레이드까지 됐다.

아버지의 빽을 믿고 설쳐대던 철없는 20살 청년은 이제 성숙한 야구선수가 됐다. 지금은 아버지가 짬을 내 가끔 경기장을 찾아 아들을 응원하기도 한다.

이호준은 2일 수술을 받고 올 시즌을 마감했다. 내년 시즌에 더 전념하기 위해 일찍 수술을 결정했다. 내년도 이호준은 SK에서 4번타자를 맡을 것이 확실시된다.

이제 형사 아버지가 야구선수 아들의 빽을 믿고 동네방네 자랑할 시기가 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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