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하게 조금 느리게' 한수산 지음/해냄 펴냄/244쪽 8500원▼
감성의 작가 한수산이 문필생활 30년을 바라보며 동시대의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작은 소곡집이라고 할까?
이 책은 삶의 리듬을 잃고 쫓기듯 살아가는 우리들의 일상적 삶에 고맙게도 쉼표를 찍어준다. 천천히, 여유로움으로 다가오는 휴식같은 이야기들을 통해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삶의 리듬을 되찾아 잃어버린 나, 놓쳐버린 시간을 찾아준다.
느림과 단순함의 지혜는 우리 시대의 화두이다. 빨리빨리, 많이많이를 외치는 세상속에서 우리는 정말 소중한 것들을 놓쳐버린다. 내가 누구인지, 살면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돌아볼 겨를도 없이 앞으로만 달려가는 우리들에게 이 책은 삶의 속도와 질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이 에세이집은 작가에게도 쉼표같은 것일 게다. 창작의 치열함과 중압감에서 벗어나 잠시라도 스스로 즐거울 수 있는 작은 이야기들을 만들어보려는 의도에서 쓴 일상의 단상들로, '단순하게 조금 느리게' 주변을 돌아보게 된 작가의 깊어진 내면을 엿볼 수 잇다. 미당의 '이제는 돌아와 거울앞에 선 누님'같은 속내를 읽을 수 있다. 이윽고 독자의 마음은 어느새 따뜻해진다.
오랜만에 책읽기의 기쁨과 감동에 잠길 수 있을 것이다.
아름다운 책. 기분좋은 책. 깔끔한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