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발로 하는 거야.”
3일 SK전에 나선 두산 정수근은 아마도 마음속으로 이렇게 외쳤으리라.
98, 99시즌 도루왕인 정수근의 트레이드마크는 역시 빠른 발과 재치. 정수근은 이날도 특유의 ‘뛰는 야구’로 팬을 즐겁게 했다.
1회 말 좌익수앞 안타로 나간 정수근은 다음 타자 장원진의 내야 땅볼 때 2루까지 진루했다. 타구는 2루쪽 완벽한 병살 코스였지만 정수근은 일찍 스타트를 끊은 덕에 살 수 있었다. 이어 우즈의 안타로 득점. 정수근은 3회 말에도 투수 키를 넘기는 내야 땅볼을 친 뒤 빠른 발로 1루를 밟았고 도루까지 성공시켰다.
하지만 정수근의 ‘발’과 ‘재치’가 빛을 발한 것은 주루 플레이가 아니라 오히려 수비였다. 두산이 1―2로 뒤지던 4회 초 무사 1루에서 SK 채종범의 타구가 우중간으로 정확히 날아갔다. 깨끗한 안타로 여겨졌던 타구는, 그렇지만 중견수 정수근이 전력 질주한 뒤 다이빙 캐치로 잡아내 아웃이 됐다. 일찌감치 2루를 돌던 SK의 1루 주자 이진영까지 잡아 병살처리. SK는 추가점을 올릴 기회를 잃었고 정수근의 이 플레이 하나로 경기의 흐름은 결정적으로 두산 쪽으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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