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2000시즌 신인왕 김성철(24·SBS)의 연봉요구액은 1억2,000만원이었다. 신인연봉 8,000만원에서 50%를 인상시켜달라는 것.
SBS구단은 김성철의 요구액보다 2,500만원이 많은 1억4,500만원에 계약을 맺었다. 올여름 10개구단 최고인상률인 무려 81.6%.
구단은 가능한 깍으려 들고 선수는 올리려는 것이 프로스포츠 연봉협상의 기본인데 어떻게 이런 보기드문 기현상이 가능했을까.
한 마디로 '적의 덕'을 본 것이다.
SBS는 연봉협상을 앞두고 우승팀 SK의 주전슈터로 뛴 조상현보다 한푼이라도 더 준다는 기본방침을 정했다.
신인왕을 차지한 팀의 새로운 간판 김성철을 프로2년차 최고의 선수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발동한 것이다.
우승팀 SK도, 대전고 시절부터 또래 정상을 달려온 조상현도 김성철보다 못할 순 없다고 나서 둘의 연봉싸움은 자존심대결로 번졌다.
이런 경우 누구 고집이 더 세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리는 법.
결국 7월31일 KBL(한국농구연맹) 마감날짜가 되었고 기다리다 못한 SK가 조상현과 먼저 사인을 했다.
당초 예상보다 무려 2,000만원이 많은 1억4,000만원이었다.
액수가 많은 경우 혹시 SBS가 따라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과 설령 김성철이 더 많은 액수에 도장을 찍더라도 조상현에게 전체 금액 상승으로 충분한 위로를 한다는 두 가지 의도가 담긴 포석이었다.
연봉액수를 적는 칸을 공란으로 비워두고 먼저 김성철의 도장을 받을 정도로 1등만들기 특별작전에 나선 SBS는 예상보다 많은 조상현의 연봉에 놀라기는 했지만 어쩔수 없이 다음날인 8월1일 1억4,500만원에 김성철의 연봉을 발표했다.
재미있는 것은 조상현과 김성철의 매니지먼트를 같은 사람이 담당한다는 점. 신인왕도 뺏긴 마당에 동급연봉1위를 양보할수없다며 강하게 버티던 조상현을 마지막 순간 설득한 이는 바로 이 매니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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