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현대건설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 현대상선 등 계열회사 주식을 채권금융기관에 모두 매각해 5조7000억원에 달하는 부채를 4조원 이하로 떨어뜨리라고 채권은행단을 통해 요구했다.
또 현대가 정부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현대건설 사주의 경영권을 박탈하고 종전의 다른 기업 워크아웃 방식과는 다른 강력한 구조조정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측은 정몽헌(鄭夢憲)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이 5일 귀국해 정부 채권단과 협의를 거쳐 6일 자구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4일 채권은행단은 금융감독원과 협의를 거쳐 정부의 요구사항을 보다 구체화해 현대그룹측에 전달하기로 했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현대건설이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현대중공업 주식과 자동차 전자 상선 강관 등 계열사 주식을 모두 처분해야 한다”며 “채권은행측에서 현대건설이 보유한 보유주식을 사들이는 방법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이 갖고 있는 계열사 주식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현대중공업 596만주(7.85%), 현대자동차 574만주(2.76%), 현대전자 156만주(0.32%), 현대상선 1298만주(12.6%), 현대석유화학 1235만주(11.63%), 현대강관 784만주(6.09%) 등 상장 계열사 시가 총액으로 3467억원어치에 달한다.
금감원측은 “일시에 계열사 주식을 시장에 내다팔 경우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채권은행들에 직접 팔아 자금을 마련하는 방법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만약 정주영(鄭周永)전명예회장이나 정몽헌회장이 지주회사 방식을 통해 계열사를 지배하고 싶다면 현대건설이 내다판 주식을 직접 개인돈으로 사들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감원은 현대가 내놓은 자구안 중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을 통한 부동산매각이 실현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보다 실현 가능성이 있는 구조조정 방안을 제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현대측은 이날 “정부 및 채권은행과 협의가 끝나는 대로 6일 자동차 계열분리안과 자구안을 발표할 계획”이라며 “정몽헌회장이 5일 귀국해 정전명예회장으로부터 수습안에 대해 재가를 얻어야만 공식적으로 정부와 협상에 임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대측은 또 “수습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정부와 채권단의 요구를 최대한 따를 것”이라며 “정부가 요구한 현대중공업의 연내 계열분리는 상호지분출자나 보증 때문에 어렵고 당초 2003년보다 2년을 앞당겨 20001년까지 분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대측은 정부측의 3부자 동시 퇴진과 관련해 “정전명예회장과 정몽헌 회장은 이미 경영일선에서 퇴진했고 정몽구(鄭夢九)현대자동차 회장은 자동차측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고 밝혔다. 자동차측은 “5월에 전문경영인체제를 선언한 대로 정몽구회장은 퇴진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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