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유학길에 올랐던 16년 전. 어머니는 일본엔 조총련이 많다는데 조심하라고 신신당부하셨다. 어느날 학교 근처에 있는 한국식당을 찾아갔다. 먼저 주인아저씨에게 조총련인지 민단인지 물었으나 대답이 없다. 급한 마음에 종이에 지도를 그려서 가운데 선을 긋고 재차 물어 보니 위를 가리킨다.
이거 큰일났구나, 어떻게 도망가지, 나가면 잡는 것 아닌가 순간적으로 별 생각이 다 드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나왔다. 아주머니는 아저씨가 중풍을 앓아 실어증에 걸렸는데 아저씨는 조총련계, 아주머니는 민단이라고 설명한다. 시어머니는 서울에 계시단다. 아저씨가 북조선 국적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북에 있는 형제들 때문이라는 설명에 당황스럽고 부끄러워 몸둘 바 몰랐던 기억이 있다.
제1차 남북장관급 회담이 열릴 때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의 만찬 역시 북쪽도 남쪽도 아니었다. 일종의 퓨전음식이었는데 남북 어느 쪽 음식이었던들 그 속에 이념이 담겼을까. 마침 이 호텔 ‘그랑’에서 7일부터 만찬 메뉴를 선보인다고 해서 호기심으로 일찌감치 찾아갔다.
요리로는 왕새우 겨자채, 진귀해산물 내열찜, 동충하초 영계탕, 너비아니 돌구이가, 식사로는 비빔밥과 아욱 된장국, 후식으로는 인삼아이스크림과 오미자차가 나왔다.
이 중 만드는 법이 독특한 진귀해산물 내열찜이 백미였다. 컵에 담겨 빵이 부풀어져 올라와 있는 비스크 수프(프랑스 음식) 모양인데 컵에 신선한 전복, 해삼, 대게살, 가리비를 2, 3조각씩 넣고 동고버섯, 느타리버섯, 팽이버섯으로 맛을 풍부하게 했다.소스는 중국식 굴소스와 고추기름, 고춧가루를 섞어 매큼하면서도 신비롭다. 1인분에 6만5000원. 하루 전에 예약해야 하며 4인 이상만 주문을 받는다.
김재찬(치과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