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저 강물에 자기랑 퐁당 빠져보고 싶어.”
말로야 빠져도 좋고 아니면 강물을 전부 퍼다 준다 해도 어떠랴. 3일 오후 8시 서울 마포구 서강변에 위치한 카페 ‘옵빠야 눈아야 강변살자’. 부산 해운대에서 휴가차 가족들과 함께 올라온 주부 정은혜씨(46)는 ‘강물에 취한’ 남편의 갑작스러운 한마디에 잊고 지냈던 예전의 낭만을 잠시나마 되찾은 것 같다며 즐거운 표정이다. 젊은 연인들은 강물에 비치는 반짝이 네온사인을 한번씩 흘기며 차분히 사랑을 고백하기에 적합, 나이든 부부들은 잠재해 있는 로맨스를 되새김질하는 곳. 한강변에 늘어서 있는 카페식 레스토랑들이다.
◆치킨 한 조각에 칵테일 한잔
서울에서 강변카페로 소문난 곳은 마포구 신정동, 상수동 일대와 광진구 광장동 부근에 집중돼 있다. 그러니 자동차로 강북강변도로를 잘 탐색해보는 게 좋다. 주로 칵테일 한잔에 치킨샐러드, 소시지 바비큐에 맥주 한 병 정도면 족한 곳들. 가끔씩 생음악이나 라이브공연이 펼쳐지기도 한다. 해지기 전이라면 마포 강변에서는 밤섬에 몰려드는 물새류의 몸짓을 가끔 볼 수 있고, 한적한 광장동 강변에서는 강 건너 덩그러니 튀어나와 있는 코엑스몰 빌딩까지 왠지 나룻배로 노 저어 가보고 싶은 충동이 생길 지경.
그러나 강을 보지 못하면 이 모든 게 허사로 돌아갈 수 있다. 반대로 강만 보이면 다른 요건은 어때도 상관없는 셈. 애인과의 만남 1000일을 기념하기 위해 서강대교 근처 ‘괴르쯔’를 들렀다는 직장인 김희원씨(26·미래에셋 투자자문)는 “창가 자리 예약이 필수죠. 날씨가 안 좋은 건 별로 상관이 없더군요”라고 말한다.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라이브 가수의 생음악이 가슴을 적시고 맑으면 맑은 대로 강가의 운치가 한층 더 피어난다는 설명.
마포 ‘괴르쯔’ ‘바그다드’와 광장동 ‘프레피’ ‘스텐자’ 등은 전철이나 버스를 이용해 갈 수 있다. ‘바그다드’는 붉은색 혹은 와인빛 조명이 정감어린 향기를 고조시키는 걸로 유명하고 ‘스텐자’는 음악소리가 조금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모임의 성격에 맞춰 분위기를 선택하는 게 좋다. 오전1∼2시까지의 영업시간 중 오후 9∼11시대가 가장 붐빈다는 것은 상식.
◆좀 더 다른 분위기를 찾아보면
낮에 갈만한 곳으로는 전시회나 패션쇼장으로 주로 쓰이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엘렌킴 머피 갤러리’가 추천할 만하다. 유엔빌리지에서 차를 타고 노란색 도로를 따라 끝까지 들어가다 보면 찾을 수 있는 곳.
창문 정도가 아니라 밖으로 뚫린 테라스에서 바라보는 강변 경치가 워낙 수려한 탓에 해변의 별장에 온 착각이 들 정도다. 동호대교 성수대교 영동대교 등 강남권 한강다리가 한눈에 들어오는 광경은 감격스럽기까지 하다. 음식은 팔지 않으므로 간단한 음료나 간식을 싸들고 가면 폐장시간인 오후 6시까지 전시회도 관람하며 강바람도 쐴 수 있다. 8월말까지는 ‘시간의 결’이라는 주제로 청주대 예술대 김택상교수의 아크릴화 개인전이 열릴 예정.
‘한강과 함께하는 재즈’도 괜찮다. 야경도 야경이지만 ‘잿밥’격으로 풍악도 즐길 수 있다. 강남구 청담동 엘루이 호텔 부근에 위치한 ‘돔’은 천장과 바닥이 대리석으로 꾸며져 고급스러운데다 이정식 임인건 장응규 등 정상급 재즈음악가의 공연이 펼쳐지기도 한다. 워커힐호텔 16층에 자리한 ‘스타라이트’바에서도 매일 오후 8시20분부터 0시35분까지 감미로운 재즈를 앞세운 라이브 공연이 펼쳐진다. 바텐더가 즉석에서 제조한 칵테일 한 잔이 미각을 깨우는 동안 한강변과 재즈선율에 고정된 시각과 청각이 더욱 예민하게 가동된다.
‘온전한 식사’를 하기 위해 호텔 스카이라운지를 찾는 이들도 있다. 여의도 63빌딩의 꼭대기층에 있는 일식당 ‘와꼬’를 자주 찾는 직장인 온상윤씨(31·대한재보험)는 “강변의 카페들은 대부분 술안주성 음식이 많아 입맛을 채워주지 못할 때가 많다. ‘원경’의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어 고 교통편 또한 상대적으로 편하다는 점을 감안해 자주 들르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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