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간 막후 대화채널로 알려진 민주당 김옥두(金玉斗), 한나라당 김기배(金杞培)사무총장은 14대 국회 때 ‘납치소동’의 주역으로 각별한 인연이 있다. 지방선거 정당공천 배제 여부로 국회 대치가 계속되던 95년 3월6일 김옥두의원은 당시 여당(민자당) 소속인 김기배 내무위원장을 데리고 강원 속초시에 숨었다. 지방선거 관련법안의 강행처리를 못하게 하기 위해서 김위원장을 속초로 빼돌린 것. 빼돌렸다고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김위원장이 순순히 따라나섰다는 편이 옳다. 김위원장도 내심으로는 강행처리를 원하지 않았으니까.
민자당은 벌집을 쑤셔놓은 듯했다. 놀란 당 지도부는 급기야 “김위원장이 납치됐다”며 전국에 수배까지 했다. 두 사람은 그날 오후 속초에서 발견돼 경찰의 호위 속에 서울로 되돌아 왔다. 김옥두총장의 회상이다. “그때는 그래도 여야 간에 낭만이 있었다.”
ys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