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이 무기력증에 빠져 있다. 근본적인 쇄신 없인 힘들다.”
민주당 전당대회 최고위원 경선을 앞두고 ‘여당 위기론’과 ‘당 쇄신론’이 최대의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최근의 국회 파행 사태에서 보여준 무기력함과 자중지란(自中之亂), 각종 사회 갈등에 대한 안이한 대처 등 집권 여당으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봇물을 이루고 있는 것.
당이 ‘윗선’ 눈치보기에 급급해 자율적인 해결 능력을 상실해 가고 있다는 진단이 많다. 조순형(趙舜衡)의원은 출마 선언문에서 “현재의 위기는 지난 2년간 총재인 대통령의 판단과 지시 없이는 당이 독자적으로 각종 사회 갈등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정책을 제시하는 집권 정당으로서의 역할과 기능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조의원은 “옷로비의혹 사건만해도 처음부터 특검제를 통해 적극 대처했어야 하는데 눈치만 살피다가 사건을 오히려 확대시켰다”며 당 지도부의 무소신 행태를 비판했다.
김근태(金槿泰)의원은 “정권 교체와 IMF극복 과정에는 일사불란한 ‘복종’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활기있는 토론이 필요한 시대”라며 복종에 익숙한 당 체질이 최대의 문제라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을 하고 있을 때 당은 ‘의약분업’에 대한 보다 철저한 준비를 했어야 했는데 덩달아 들떠서 효과적인 대처를 못했다”고 개탄하기도 했다.
여전히 계보와 사적 인연에 의존하는 당 구조에 대한 비판론도 줄을 잇고 있다. 부산 출신의 김기재(金杞載)의원과 여성 후보인 김희선(金希宣)의원은 특정 계보가 당직을 독점해온 관례는 타파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전국 정당을 지향하는 새천년 민주당의 창당 정신에 따라 당내외에서 전문성을 갖춘 다양한 인사들이 골고루 당직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후보는 “당의 인적 자원을 관리하는 시스템이 없고, 몇몇 실세들의 개별 청탁에 따라 인사가 결정되는 사례가 많다 보니 대다수 당 관계자들은 불만만 쌓이게 된다”며 “당이 이럴진대 일반인은 불만이 더 클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들에 대한 쇄신책도 제시되고 있다. 청년층 대표를 자처하는 김민석(金民錫) 의원은 출마의 변을 통해 △대통령이 국정에 전념할 수 있도록 자율적인 판단력과 집행력을 갖춘 지도부 △비공식적 계보 정치 타파 등을 쇄신 방안으로 내놓았다. 이인제(李仁濟)고문은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누가 봐도 전국 정당임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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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최고위원출마예상자들이 말하는 당 위기론-쇄신론
*가나다순
후 보
주 장
김근태
대통령에 비해 당이 너무 왜소하다.
김기재
당직이 특정계보에 독점돼 있다.
김민석
자율적인 판단력과 집행력을 갖춘 지도부가 필요하다.
김중권
당지도부가 실질적 국정 참여가 가능한 인사로 구성돼야 한다.
김태식
당원들의 뜻이 지도부에 잘 전달되지 않는다.
김희선
당직이 너무 폐쇄적이다.
박상천
강력한 여당이 되기 위해 지도부 쇄신이 필요하다.
안동선
세대간 단합이 필요하다.
이인제
전당대회를 통해 명실상부한 전국전당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 협
당이 대통령만 바라보며, 책임있게 정국을 끌고가지 못한다
정대철
일방통행이 아닌, 아래로부터의 의견전달이 활성화돼야 한다.
정동영
당이 이대로 가다간 재집권하기 힘든 상황이다.
조순형
대통령의 입만 쳐다보는 지도부로는 정국운영 불가능하다.
추미애
당이 지나치게 수직라인으로 돼 있어 여론수렴이 안된다.
한화갑
(언급할 입장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