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더 빠르게.’
박찬호(27·LA다저스)의 약점이 ‘볼넷’이듯 김병현(21·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아킬레스건’은 느린 투구 폼. 언더핸드스로 투수라 피칭 동작이 크다 보니 상대 주자들에게 도루를 너무나 쉽게 허용한다.
바로 이 느린 투구 폼이 ‘도마 위’에 올랐다.
김병현 올시즌 월별성적
애리조나의 벅 쇼월터 감독이 1일 마이너리그로 내려간 김병현과의 면담에서 “홈런을 맞아도 좋으니 빨리 던져라”고 말할 정도로 최우선적으로 강조한 게 바로 ‘퀵 모션’이다.
투수가 키킹하는 발을 들어올린 뒤 포수가 미트에 볼을 받을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1.2초 정도면 메이저리그에서도 수준급. 박찬호의 경우엔 1.15초로 ‘특A급’이다. 박찬호는 빠른 투구동작과 뛰어난 견제로 메이저리그에서도 좀처럼 도루를 내주지 않는 투수로 정평이 나 있다.
하지만 김병현은 이 시간이 1.6∼1.8초에 달한다. 1.9초를 넘을 때도 많아 포수가 상대팀 도루를 막아내기에 여간 힘들지 않다.
마이너리그 트리플A팀 솔트레이크 버즈와의 3일 선발등판경기에서도 그가 가장 신경쓴 점은 ‘퀵 모션’. 1회 도루 1개를 내주긴 했지만 4이닝 53개의 공을 던지는 동안 키킹 후 포수미트에 공이 들어가기까지 1.25∼1.30초밖에 걸리지 않아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쇼월터 감독이 주문한 ‘퀵 모션’이 하루아침에 이뤄질지는 미지수. 자칫 잘못하다간 급한 마음에 투구 밸런스를 완전히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최고의 ‘잠수함’ 투수인 이강철(삼성)은 “내 경우에도 대학교 때부터 폼이 굳어져 버렸다. (김)병현의 경기를 유심히 보는데 나처럼 왼발을 크게 들어올려야 자신의 볼을 제대로 뿌리는 스타일이다. 만약 이 동작을 빨리 했다가는 공의 위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경인방송(iTV)의 박노준 메이저리그 해설위원도 “당장 투구 폼을 고치긴 힘들고 시즌 뒤 겨울훈련에서 꾸준히 가다듬어야 한다. 우선 도루를 막기 위해선 세트 포지션에서 견제동작만이라도 빨리 가져가는 게 하나의 해결방법”이라고 조언했다.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