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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북스/이동현]'첨단산업의 승자가 되는 길' 명쾌한 분석

입력 | 2000-08-04 19:04:00


▼'하이테크 산업 경엉'/마르코 아이언시티 외 지음/21세기북스/ 300쪽 1만2000원▼

이 책은 반도체, 컴퓨터, 인터넷, 제약, 생명공학 등 소위 하이테크 산업의 경영 전략, 조직구조, 연구개발 방식 등에 관한 8편의 글을 모아 놓은 책이다.

짧은 제품수명주기, 까다롭고 세분화된 시장, 신기술의 급속한 확산 등으로 특징 지워지는 하이테크 산업에서 경쟁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경영자들이 명심해야 할 내용들이 실제 사례와 함께 비교적 쉽게 설명되어 있다.

특히 이 책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저자들이 제시한 새로운 경영 방식,즉 수확체증의 법칙, 아키텍처(architecture) 경쟁, 가상 조직, 기술 통합 등이 비단 하이테크 산업 뿐만 아니라 디지털 경제의 일반 법칙이 될 수 있을 만큼 최근에 널리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저자들이 주장하는 새로운 경영 방식의 주요 내용은 크게 다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수확 체증의 법칙이 작용▼

첫째, 대량의 자원을 대규모로 가공 처리하는 전통적인 산업 부문에서는 수확 체감의 법칙이 작용하는 반면 적은 자원과 집약된 첨단 지식을 활용하는 하이테크 산업에서는 수확 체증의 법칙(Increasing Returns to Scale)이 작용한다. 이때 수확 체증의 법칙이란 생산요소를 한 단위 더 추가하면 할수록 투입된 단위 생산 요소에 의한 수익이 급격히 증가하는 현상을 뜻한다. 따라서 수확 체증의 법칙에 의하면 일단 시장에서 성공한 제품이나 기업은 계속해서 성공할 수 있는 반면 한번 실패한 제품이나 기업은 계속해서 실패하게 된다. 프로그래밍 언어와 인터넷 브라우저 시장을 석권했던 선 마이크로시스템즈와 넷스케이프가 수확 체증의 법칙을 적극 활용해 성공한 대표적인 기업들이다.

둘째, 하이테크 산업에서 지속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제품을 개발 생산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경쟁의 규칙 혹은 표준에 해당하는 아키텍처를 통제하는 기업만이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다. IBM은 81년 처음 PC를 시장에 출시하면서 주요 부품과 소프트웨어들을 아웃소싱 함으로써 단기간에 1위 업체인 애플을 따라 잡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PC의 아키텍처에 해당하는 핵심 부품과 시스템 소프트웨어의 주도권을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에 빼앗김으로써 결국 윈텔(Wintel: Windows―Intel)이 전세계 PC 시장을 주도하게 되었다.

▼벤처 사업가들에 많은 교훈▼

끝으로 통합적인 연구 개발 시스템을 확립해야 한다. 신기술을 개발하는 연구 조직, 그 기술을 구체화하는 개발 조직, 그리고 구체화된 기술을 제품과 공정에 적용하는 생산 조직이 별도로 움직이지 않고 전체 프로젝트 차원에서 긴밀하게 상호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저자들은 하이테크 산업의 경영자들이 공정 기술을 간과하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제품 출시나 양산 진입 기간을 단축하고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제품 개발 사이클의 일부분으로 공정 개발을 통합시켜 관리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세계 기술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선도 기업의 입장만 고려했다는 점이 아쉽지만 인터넷과 벤처를 통해 제2의 경제 기적을 꿈꾸는 우리나라 경영자들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주는 책이다.

(가톨릭대교수·경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