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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한정석의 TV꼬집기] '짝짓기' 프로그램 볼만합니까?

입력 | 2000-08-05 10:43:00

SBS의 짝짓기 프로그램 '러브게임'


TV 속의 짝짓기 열풍이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수줍은 사랑의 '작대기질'로부터 시작된 청춘남녀의 미팅은 이제 전자중매를 거쳐 대형 어드벤처 오락으로 진화하는 중이다.

초기의 미팅프로그램은 스튜디오에 소박한 선남선녀들이 출연해서 서로 마음 졸이며 자기의 파트너를 찾는 것이었다. 우리는 거기에 아쉬움과 동정, 그리고 때로는 즐거운 비난(?)을 퍼붓곤 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떠한가?

대부분 여성 출연자들은 팔등신의 미녀들이며 남성들은 스타일리쉬한 엘리트들이다. 저런 애들이 정말 짝이 없는 걸까? 하여튼 그들만의 짝짓기를 지켜보는 우리 '성격만 좋은' 철수와 '착한' 순이들은 부러움 속에 남모르는 한숨을 삭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쟤는 날씬하니까., 예쁘니까, 섹시하니까, 학벌이 좋으니까, 벤처사장이니까, 키가 크니까.....

짝짓기 프로그램은 남녀간에 친구를 사귄다는 전제 하에서 기획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성(sexuality)을 전제한 남녀의 만남이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문제는 성공의 짝짓기를 위해 처음부터 배제되는 부류가 존재한다는 것인데, 바로 날씬하지 않은 여성, 예쁘지 않은 여성들이며 대학을 나오지 못한 여성들이 대표적이다. 배 나온 남성, 키 작은 남성, 대머리, 장애인, 저학력자, 근시, 무직자, 저소득자등의 남성들도 그렇다.

이성을 만나 교제하는 것은 성적인 활동인 동시에 사회적 행동이다. TV가 그러한 것을 오락으로 다룰 경우 특별한 기준을 범주화하는 것은 옳지 않다. 물론 TV입장에서는 재미있자고 하는 것일 뿐이다. 나쁜 의도는 없다. 그저 장난이라니까....

하지만 TV와 같은 사회적인 미디어가 일상에 있어서 보편성이 없는 범주를 설정할 경우 대중들의 사회적 균형감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대중은 미디어가 제시하는 기준과 명제를 자신이 속한 사회의 대표적, 그리고 보편적 징후로 내면화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요즘 남자고 여자고 20대에 외모에 지출하는 것은 소비가 아니라 투자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투자란 미래가치를 전제로 한다. 그렇다면 외모는 어떤 미래가치를 갖고 있다는 이야기일까. 취업? 결혼? 웃기는 이야기다. 설사 그렇게 해서 성공했다고 한들 수지가 맞을까? 가만히 앉아서 당할 수만 없다는 이 땅의 '성격만 좋은' 철수와 '착한' 순이 들에게 사랑의 짝짓기 프로그램들이 한몫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러울 뿐이다.

한정석(PD.영화평론가) kalito@crezi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