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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문산에 11년째 거주 전맹희씨 "아! 경의선…"

입력 | 2000-08-06 18:37:00


"경의선과 수려한 경치 때문에 온 가족이 파주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지요.”

11년 전 서울에서 경기 파주시 문산읍 운천리로 이주한 전맹희씨(58). 아내, 두 아들 내외, 손자까지 모두 8명이 목장을 가꾸어 쾌적한 전원생활을 즐기고 있다. 자신은 서울의 법률사무소 실장으로, 큰아들은 목장 일로, 임업후계자인 막내아들은 버섯재배 일로 모두 땀 흘리고 있다.

그는 서울까지 출퇴근하는 데 주로 경의선을 이용하기 때문에 큰 불편이 없다. 현재 복선화 공사로 문산역이 폐쇄돼 금촌역에서 경의선을 이용하는 게 불편이라면 불편이랄까. 하지만 곧 남북을 잇는 경의선 복구공사가 시작된다는 소식에 가슴이 설렌다.

▼조상묘가 바로 저긴데…▼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파주로 이사하기까지 가족의 반대도 있었지만 몇 차례 파주를 다녀본 뒤 파주만의 매력에 이끌려 가족을 설득, 이주했다. 북한 출신은 아니지만 옥천 전(全)씨의 시조인 전유(全侑)할아버지의 묘가 강 건너 장단군 진서면에 있어 통일이 되면 가장 먼저 조상묘를 찾아봐야겠다는 생각도 이곳에 자리잡게 했다.

만조 때면 서해 바닷물이 올라와 한강과 임진강물이 한데 어우러지기 때문에 기(氣)가 넘치는 곳이란 점도 전씨의 발길을 끌어 당겼다. 실제 이 일대는 6년생 인삼이 잘 자랄 만큼 지력(地力)이 뛰어난 곳. 덕분에 농장에 심어둔 주목과 구상나무 등 수려한 나무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전씨는 휴일이면 가족들과 인근 나들이를 간다. 모처럼 사람들 사이에서 부대끼고 싶으면 임진각 관광지로 향한다. 올 들어서는 평화의 종, 통일열차 등이 새로 마련돼 볼거리가 많아 손자들이 좋아한다.

▼주목-구상나무 1226그루 기증▼

혼자만의 멋을 즐기고 싶을 때는 경의선을 탄다. 실향민은 아니지만 분단의 현장 바로 아래 살다보니 경의선에 대한 애착도 남다르다. 분단 때문에 제 갈 길을 가지 못하는 게 늘 아쉽다.

“타본 사람만이 그 매력을 알지요. 멀리 산이 보이고 논밭이 보이고 또 도회지도 지나가고, 한강도 보이지요.”

그는 경의선 복원 발표가 있기 전인 5월 청와대에 편지를 보내 자신이 그동안 가꿔온 주목과 구상나무 등 1226그루(시가 1억5000여만원)를 경의선이 복원되면 철로변에 심어달라고 기증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기 시작한 6월13일(613) × 남북한(2)〓1226이란 답을 얻었다고 한다. 그는 “가족들의 정성으로 기른 나무들이 남북을 잇는 경의선 변에 자리잡게 될 걸 생각하니 가슴 뿌듯하다”고 말했다.

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