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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업]'피폭문제 해결 …"심포지엄 연 韓日 피폭2세회

입력 | 2000-08-06 21:05:00


‘태양이 타오르는 듯한 섬광이 내 몸을 비추었다고 생각하자마자 무시무시한 폭음이 들렸습니다. 무너진 식당 지붕에 깔려 나는 기절해버렸습니다. 정신이 들어 하늘을 보니 시뻘건 불같은 구름이 떠있고….’

일본에 원자폭탄이 투하된 지 6일로 55년이 지났다. 그러나 일본 나가사키의 군수공장인 미쓰비시조선소에 끌려갔다 피폭당한 고 김순길(金順吉)씨가 남긴 위의 기록은 아직도 양심적인 일본인들을 눈물짓게 하고 있다.

10여년 동안 한국의 원폭피해자를 도와온 민간단체 일본 피폭2세회가 최근 내한해 ‘피폭문제 해결과 피폭2세의 역할’에 관한 한일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 단체는 92년부터 시작된 고 김순길씨의 체불노임 반환소송을 ‘김 재판투쟁’이라 칭하며 소송을 대행하고 2월엔 한국 피폭자를 일본으로 초청해 입원치료를 받도록 돕고 있다.

“한국인 피폭자들은 일제에 징용당해 겪은 고통, 원폭으로 인한 질병, 귀국 후에도 별다른 보상 없이 차별과 빈곤 속에서 지내야 하는 고통 등 일본인에 비해 3배의 고통을 안고 있습니다.”

히라노 노부토(平野伸人)회장은 “마땅히 일본정부가 책임져야 할 일들을 민간단체가 촉구한다는 의미에서 한국인 피폭자들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내 피폭2세는 50여만명. 그중 3만여명이 협회 정회원으로 활동하며 한국인 피폭2세에 대한 무료 건강검진을 일본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히라노회장은 “일본인 피폭2세는 매년 정기검진을 받고 있으나 한국인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가 없다”며 “같은 희생자인 만큼 한국인도 일본인과 동등한 대접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정부와 마찬가지로 원폭피해자에 대한 한국정부의 배려는 전무하다시피 하다. 현재 2200여명이 국내에 생존해 있으나 이들을 위한 시설은 의사 한명 없는 경남 합천의 복지회관이 전부. 피폭2세는 8만명 가량으로 추정되지만 무관심과 차별 때문에 드러내기를 꺼려해 현재 90여명만이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이승덕(李承德)한국피폭2세회장은 “아버님께서 세상을 떠났을 때 받은 것이라고는 정부보조금 9만원뿐이었다”며 “양국 정부가 모른 체하는 일을 일본인 피폭2세들이 발벗고 도와주는 사실에 감사할 따름” 이라고 말했다.

kjs35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