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동(李漢東) 총리의 취임 이후 첫 개각이 단행됨에 따라 이 총리가 어느 정도의 수위로 각료임명 제청권을 행사했는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 정권들어 단행된 개각에서 자민련이 일정 부분의 '몫'을 요구해온 것과 달리 이번에는 자민련이 공개적으로 개각 불참을 선언함으로써 과거와는 다른 상황이 전개된 때문이다.
그러나 개각에 앞서 감지된 일련의 움직임과 그 결과는 자민련의 '개각 불참'선언과는 다소 다른 양상으로 전개됐다는게 중론이다. 자민련 관련 인사 가운데 한갑수(韓甲洙) 한국가스공사 사장, 신국환(辛國煥) 전 공업진흥청장이 각각 농림, 산자부장관으로 입각했기 때문이다.
이 총리는 우선 지난 1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 대한 주례보고 과정에서 개각 구상을 설명받고 나름의 개각 원칙을 김대통령에게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리실 관계자는 "주례보고후 이 총리가 '대통령께서 개각 구상을 많이 하셨더라'고 했다"면서 "이 총리는 당시 김대통령에게 개각의 큰 방향에 대해 진언을 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현 정권 출범 이후 실시한 각종 개혁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실천력이 강하고 팀워크가 중요하다는 것이 이총리의 생각이며 실제 나타난 개각 결과도 이런 의중이 상당부분 반영됐다는게 총리실의 평가다.
이총리는 또한 개각 전날인 6일 오후 청와대 한광옥(韓光玉) 비서실장의 예방을 받음으로써 자민련 '몫'과 총리로서의 예우도 받았다.
이 과정에서 김대통령의 인선 구상이 이총리에게 통보됐고 이 총리는 뒤이어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명예총재의 청구동 자택을 찾음으로써 김명예총재와의 최종 상의 후 이를 청와대에 전달하는 절차를 거친 것으로 보인다. 한갑수 사장과 신국환전 청장의 추천도 이자리에서 결정됐다는 후문이다.
이어 이총리는 7일 오전 총리실 간부회의 주재후 청와대로 김대통령을 예방, 각료임명 제청권 행사라는 최종 '형식'을 갖췄다.
결국 이 총리는 지난 5월 총리서리 취임 회견에서 "가능하면 자민련의 능력있는 분들을 각료로 추천하고 싶은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힌 바대로 자민련 출신 총리로서 적절한 처신을 하고 그에 걸맞는 예우를 받은 셈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서울 = 연합뉴스 권정상기자]jusang@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