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이산 가족의 상봉(15일)을 앞두고 생이별의 아픔이나 만남의 환희를 다룬 노래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북한 가수 출신의 김은실이 ‘기러기떼 날으네(나네)’를 내놓았고, 설운도의 ‘천년의 만남’, 신예 트로트 가수 현진우의 ‘그 사람이 보고 싶다’, 성우 권희덕의 ‘우리는 한가족’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남한이 고향인 북한의 ‘실향민’이 애창하는 ‘기러기떼 날으네(나네)’가 눈에 띈다.
‘기러기떼…’는 올해초 귀순한 20대 중반의 북한출신 여성 김은실(예명)이 최근 발표했다. 그는 북한 평남 선전대에서 7년간 가수로 활동한 바 있다.
‘기러기떼…’는 선율이 60, 70년대 가요를 연상시킨다. 가사는 북한에 있는 실향민들이 남녘을 향해 날아가는 기러기떼에 망향의 아픔을 담은 것이다. 김은실은 “북한에서는 이산가족 만남이나 회담 소식이 나오면 이 노래를 불렀다”고 말했다. 김은실은 남한내 활동이 고향의 가족에게 어떤 누를 끼칠지 몰라 TV에서 얼굴을 완전히 드러내지 않을 예정. 김은실은 음반에서 ‘반갑습니다’‘도시처녀 시집와요’‘같이 가자요’ 등 북한에서 유행하는 노래 14곡을 담았다. 선곡 및 채보는 북한에서 작가로 활동하다 귀순한 김강철이 맡았다.
설운도가 최근 발표한 ‘천년의 만남’은 83년 발표해 이산가족의 주제가가 됐던 ‘잃어버린 30년’ 이래 그의 두 번째 이산가족 테마송. ‘천년의 만남’은 ‘오늘 이 순간까지 내가 살아온 것은 당신 때문’이라고 삶 자체의 의미를 만남에 뒀다.
설운도는 “생이별한 가족의 아픔을 한낱 노래로 형용할 수 없지만 ‘잃어버린 30년’을 부른 가수로서 뭔가 해야된다는 생각이 앞섰다”고 말했다. 설운도는 26일 중국 선양(瀋陽)시 한인회 창립 기념 콘서트에도 참가한다.
작년말 발표된 ‘그 사람이 보고 싶다’는 생이별의 아픔을 부모의 애끓는 입장에서 노래한 것이다. ‘생이별 하던 자식 다시 오마 속여놓고 돌아서서 눈물짓는 죄많은 부모더라’(가사일부).
이 노래로 데뷔한 현진우는 25세로 현재 트로트계에서는 ‘최연소’다. 제주 칼호텔 카지노에서 딜러로 활동하다가 역시 ‘모험적인 직업’이 좋아 가수로 나섰다. 97년 전국노래자랑 연말 결선에 입상했고 남인수 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았다.
권희덕의 ‘우리는 한가족’은 경쾌한 리듬으로 서울 충청 전라 평양 개성 함흥 회령까지 ‘내부모 내형제 아닌 사람 어디 있나요’라고 노래한다. 설운도와 듀엣으로 불렀다. 이산의 아픔이나 통일에 대한 염원을 담은 기존 가요는 패티 김의 ‘남과 북’, 신형원의 ‘서울에서 평양까지’, 현철의 ‘서울아 평양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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