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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쓰는 경제학(6)]신제도주의 경제학

입력 | 2000-08-07 19:09:00


왜 왼손잡이끼리도 오른손으로 악수를 하는가? 별다른 의미가 없어 보이는 이 질문에 답하려면 생각보다 많은 과학적 지식이 필요하다. 우선 상호 친선의 목적으로 악수를 하는 종족이 있었다는 인류학적 사실, 오른손잡이가 많다는 생물학적 이유가 쉽게 관찰되지만 이것만으로는 다 설명되지 않는다. 상대방이 오른손을 내밀 가능성이 클 때 친선을 보이려면 오른손을 내미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경제학적 설명이 추가되어야 한다. 악수의 예에서와 같이 오래된 관습뿐만 아니라 사회적 행동에 영향을 주는 각종 제도를 설명할 때, 이 제도가 개인적으로도 따르는 것이 편리하다는 것이 반드시 설명되어야 한다.

◇'거래비용' 작용여부 집중탐구

신제도주의경제학(Neo―institutional Economics)은 이런 점에 착안해 제도를 개인의 합리적 선택의 결과로 설명하려는 경제학적 조류를 말한다. 이러한 조류가 경제학계에서 관심을 끌게 된 것은 대체로 1970년대 초반 이후라고 생각되지만, 무엇이 신제도주의 경제학인가에 대해 아직 확고한 정의는 없다. 다만 1930년대까지 융성했던 미국의 구제도학파에서는 경제제도를 역사적 진화의 산물로만 생각한 데 비해, 신제도주의학파는 개인의 선택이라는 관점을 통해서 제도의 생성과 정착과정을 설명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신제도주의에서 제도를 설명할 때 필수 불가결한 거래비용(transaction cost) 개념을 선구적으로 탐구한 학자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코스(R Coase)다. 시카고대학의 코스는 1937년에 발간된 ‘기업의 본질(The Nature of the Firm)’에서 생산과정의 모든 행위를 시장을 통해서 할 경우 거래비용이 발생하므로, 생산단계의 일부를 위계적 조직을 통해 시행하는 것이 기업이라고 분석하였다.

코스가 밝힌 거래비용의 개념은 그 이후 많은 연구를 통해 다음과 같은 여섯 가지 비용으로 나누어 정식화되고 있다. 첫째 거래대상자 거래물품 및 가격정보에 관한 탐색비용, 둘째 거래를 위한 협상비용, 셋째 거래 계약작성비용, 넷째 거래조건을 준수하는지 감독하는 비용, 다섯째 거래조건 위반시 준수하도록 실행하는 비용, 여섯째 제삼자가 재산권을 침해하지 못하게 하는 비용 등이다.

위와 같은 다면적인 거래비용이 현실적으로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를 탐구하므로 신제도주의 경제학을 거래비용 경제학이라고도 부르고 있다. 이 중 특히 기업조직을 연구한 윌리엄슨(O Williamson)의 연구가 두드러지고 있다. 윌리엄슨은 1975년에 발간된 ‘시장과 위계(Markets and Hierarchies)’라는 책에서 시장경제 속에서도 기업이란 위계적 조직이 효과적인 생산조직으로 쓰이고 있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탐구했다.

윌리엄슨은 정보가 완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거래할 때 각개인은 완벽하게 합리적인 행동을 하지 못하고 제한된 합리성이란 형태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으며, 이 때문에 거래 상대방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기회주의적 행동도 나타난다고 생각했다. 이런 경우 상호간에 협상을 하기 위한 비용과 기회주의적 행동에 따른 부담을 고려할 때 기업이라는 내부조직이 나타난다고 보았다. 나아가 윌리엄슨은 거래비용의 변화에 따라 기업조직이 집중적 위계조직에서 다양한 사업본부가 있는 형태로 나아가는 점도 지적했다.

◇기업은 비용 최소화한 생산조직

코스나 윌리엄슨이 기업조직을 주로 탐구한 데 비해, 노벨상 수상자인 노tm(D North)는 국가적 차원에서 거래비용과 경제발전의 관계를 탐구했다. 노스는 경제사 연구를 통해 국가가 사유재산권 제도를 보장할 경우 거래비용의 감소로 시장경제가 발달하고 경제성장이 촉진될 수 있음을 보였다. 이 밖에도 재산권 구조 변화에 따른 거래방식이나 자원이용의 변화를 연구하는 많은 연구들이 있다. 좀 더 자세한 논의에 대해서는 스레인 에거트슨의 ‘경제행위와 제도’(한국경제연구원)이나 고 송현호교수의 ‘신제도이론’(민음사)을 참고할 만하다.

홍기현(서울대 경제학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