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길' 이철환 글·그림/삼진기획 펴냄/244쪽 7500원▼
첫 이야기 말미에 실린 안도현의 시 '너에게 묻는다'중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너는/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이 책에 실린 40개의 이야기는 가난하지만 마음만은 넉넉한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다. 저자는 수년간 종로학원등에서 입시영어를 강의하면서 학생들을 통해 듣고, 자신이 직접 보았던 이야기들을 사실적인 묘사로 그려내고 있다. 그는 이 글을 쓰면서 인간의 존엄성을 새삼 깨달았으며 그들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고 한다.
공동화장실 앞에서 줄을 서서 본능과 싸워야 하는 산동네 사람들의 희망이야기, 질병이나 장애가 있는 자식과 함께 고통을 나누는 가족이야기, 작은 것이라도 나눔으로써 기쁨을 얻는 친구들의 이야기, 시련이 닥쳐도 변하지 않는 남녀사랑이야기 등에서 우리는 진한 감동과 함께 현재의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를 얻게 될 것이다.
자신의 몸을 태우고 그것도 모자라 사람들이 눈길에 미끄럽지 않게 내려가도록 길이 되어주는 연탄처럼, 이 책이 세상의 길을 밝혀주는 작은 책이길 바란다. 아마도 그 길은 염화칼슘을 뿌린 인공길이 아니라 우리 이웃들의 사랑과 정성이 듬뿍 담긴 연탄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