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 여주군의 한 연립주택에서 부부싸움 도중 남편이 홧김에 LPG(액화석유가스)통을 방안으로 들여와 폭발시킨 결과 본인은 중화상, 이웃 주민 5명이 졸지에 부상하고 3층 건물이 불에 탄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고의성 가스사고의 전형적인 예다.
가스안전공사 자체 통계에 따르면 전체 가스사고는 96년 576건, 97년 447건, 98년 397건, 99년 224건, 올 들어 7월 말 현재 103건으로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고의성 사고는 최근 5년간 전체 가스사고의 20.3%에 이를 정도로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특히 올해 고의성 가스사고는 전체 가스사고의 24.3%인 25건으로 가스사고의 제1 원인으로 떠올랐다. 사고를 일으킨 사람은 요행히 목숨을 건진다 해도 심한 화상을 입고 평생을 고통 속에 후회하며 보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1년 이상 최고 무기징역의 실형에 처해질 수 있으며 재산 손실에 대한 배상책임까지 져야 하는 등 이중 삼중의 고통을 감내해야만 한다.
산업화의 역사가 오랜 구미 선진국의 경우 철저한 안전의식이 뒷받침된 자율적인 안전문화가 뿌리를 내리고 있고 이런 토양에서 가스사고 역시 우리와 비교해 볼 때 매우 미미한 건수에 그치고 있다. 우리의 경우 설비 결함이나 기술적 문제로 인한 사고는 각종 안전관리대책의 꾸준한 추진으로 감소 추세에 있다. 그러나 취급 부주의나 고의 등 안전의식 부족으로 인한 사고는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다.
가스안전공사는 고의성 가스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안전기를 보급하는 한편 고의성 사고를 일으킨 사람의 신상을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타인을 배려하는 국민의식이 정착되고 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제대로 쓰면 편리하고 경제적인 문명의 이기지만 잘못 쓰면 생명과 재산을 크게 위협하는 가스의 양면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안전수칙과 관계 법규를 준수하는 자세가 재정립돼야 한다.
김영대(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