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의 앨 고어 부통령이 러닝메이트로 선택한 조지프 리버맨 코네티컷주 상원의원은 그야말로 ‘회심의 카드’였다.
리버맨 카드가 대선 가도에 상당한 충격파를 던질 것으로 예상되는 첫 번째 이유는 리버맨이 유대인이라는 사실이다. 리버맨은 미국 대선사상 부통령 후보로 출마한 첫 유대계 출신. 그래서 일부 정치분석가들은 고어가 ‘도박’을 감행했다고 평가한다.
리버맨은 많은 정치인들처럼 법학도 출신의 엘리트였다. 하버드와 쌍벽을 이루고 있는 예일법대에서 학사 석사를 마친 뒤 주상원의원, 주검찰총장을 거치며 계속 승승장구해왔고 88년 연방 상원의원으로 중앙 정치무대에 데뷔했다.
이 때부터 리버맨은 ‘보수와 진보라는 양날개’를 겸비한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어 나간다. 한쪽은 매파적인 안보관에, 사형제도와 총기 규제에 찬성하는 등 공화당 이념에 가까운 보수적인 가치관으로 무장하고 다른 한쪽은 낙태와 감세 반대 등 전통적인 민주당 노선을 걷기 시작한 것.
그는 두가지 색깔을 지녔지만 철저할 만큼 금욕적인 생활태도로 인해 기회주의자이기보다는 소신파로서 정계에서 인정을 받았다. 그는 ‘도덕 십자군’으로 불릴 만큼 가족의 가치와 도덕성을 중시하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으며 스캔들이 없는 정치인으로 유명하다.
모니카 르윈스키와 성추문을 일으킨 빌 클린턴 대통령에게 가장 먼저 공격의 칼을 뽑은 민주당 인사도 바로 그였다. 리버맨은 당시 “클린턴의 행동은 ‘부도덕’하고 ‘부끄러운 일’”이라며 “미국 대통령이 자기가 고용한 젊은 여인과 혼외관계를 갖고 국민을 속인 것에 분노한다”고 비난, 세간의 화제를 모았다. 1942년 코네티컷주 스탐퍼드에서 출생, 재혼한 하다사 여사와 1녀를 두고 있으며 전처와도 1남 1녀를 두고 있다. ‘권부의 막후인물’(1966) ‘공직생활을 찬양하며’(2000) 등 5권의 저서를 펴냈을 만큼 학구적인 면모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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