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광촌미술제가 열리고 있는 강원 정선군 고한읍 사택촌
강원 정선군 폐광촌, 석탄채취로 한창 흥청대던 시절 3만명을 웃돌던 인구는 이제 3000여명으로 줄었다. 연말이면 카지노 건설공사가 시작돼 모든 흔적이 사라질 이곳에서 광부들의 삶과 애환을 담은 미술전이 열리고 있다.
강원 정선군 고한읍 (주)삼척탄좌 정암광업소 구 사택촌, 지붕은 내려앉고 벽에는 금이 가는 등 흉물스럽게 남아있는 사택 170개동 가운데 60개동이 미술관으로 탈바꿈했다. 13일까지 열리는 전시회의 주제는 ‘황금 박쥐 표류기’. 광부들의 꿈을 의미하는 황금, 정부의 이중적 탄광정책을 상징하는 박쥐, 새로운 희망을 상징하는 표류기라는 세 단어를 모아 만들었다.
김해곤 최문수 이종근 등은 각각 1개동을 이용해 개인전을 열었고 ‘Here & Now’ ‘동발지기’ ‘태백활동’ 등은 단체전을 열었다. 일본 작가도 15명이 참가했다. 회화 판화 사진 조각 설치 공예 컴퓨터 디자인 비디오 등 전 분야를 망라했다.
폐허가 된 구사택 주변에는 400여개의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아르헨티나 중국 일본 등 외국 작가 68명을 포함해 모두 158명의 작가가 깃발제작에 참여했다. 4개동의 건물에는 이 지역 청소년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고한 청소년 미술제’도 함께 열리고 있다.큐레이터 임대식씨는 “공식적인 전시회는 13일 끝나지만 전시작품은 철거되는 순간까지 남겨둘 예정”이라며 “올 겨울 판자촌이 철거될 때 건물이 무너지는 현장을 비디오로 담아 작품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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