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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논단]지미 카터/중동협상 中立입장서 중재해야

입력 | 2000-08-08 18:48:00


중동 평화협상을 눈여겨본 사람은 영토나 국경을 정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문제인가를 새삼 깨닫게 된다. 팔레스타인인들의 영토 회복, 예루살렘의 지위, 골란고원의 시리아 반환, 그리고 이와 관련된 수자원,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의 이스라엘 정착촌 문제 등이 뜨거운 감자로 부상됐다. 그뿐인가. 팔레스타인 국가의 성격 그리고 안보에 대한 공동대응 등은 또 얼마나 난해한 문제인가.

경험으로 볼 때 협상에는 양측 당사자가 양보할 수 없는 쟁점이 있다. 협상 대표들은 이런 문제들을 우선 정밀하게 선별해야 한다. 1978년 캠프데이비드 협상에서 안와르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과 메나헴 베긴 이스라엘 총리 그리고 나는 초반에 예루살렘의 지위문제에 역점을 두었다.

그러나 우리는 곧 이에 대한 주권은 너무나 민감한 문제라는 것을 절실히 깨닫게 됐다. 우리는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었지만 어떤 이스라엘 지도자도 예루살렘에 대한 주권을 포기할 수 없으며, 이집트나 아랍의 어떤 지도자도 이를 양보했다가는 ‘정치적으로 자살’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을 충분히 이해하게 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는 서로가 동의할 수 있는 협상안, 즉 이 도시를 이슬람 유대인 그리고 기독교인이 모두 접근할 수 있는 ‘성지’로 삼고 각각의 종교 대표가 자체적으로 통제할 수 있도록 보장하자는 데 합의할 수 있었다. 이 도시를 관리하는 시 평의회는 주민수에 따라 대표를 구성해 각각의 다양한 문화와 교육기관을 유지토록 했다.

그렇다고 이 정도만으로 예루살렘 문제가 해결됐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이는 기초과정일 뿐이다. 이 도시의 일상적인 기능에 대한 합동관리 등 실제적인 문제만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말 어려운 것은 법적인 주권 문제인데 이는 현재의 지도자인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나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총리 그 누구도 양보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협상 중재자가 염두에 둬야 할 가장 중요한 원칙은 중립적인 입장에 서야 한다는 것이다. 협상이 잘 타결되지 않을 경우, 한쪽에 찬사를 보내거나 다른 한쪽을 비난하고 싶은 ‘정치적 유혹’이 강해지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만일 그렇게 한다면 앞으로의 협상에 결정적인 난관을 자초하는 일이 될 것이다. 중재자는 무엇보다도 신뢰가 중요하다.

대부분의 이스라엘인, 팔레스타인인들은 협상을 계속해서 평화적으로 해결되기를 바라고 있는 것으로 나는 알고 있다. 빌 클린턴 대통령, 바라크 총리 그리고 아라파트 수반 등 지도자들은 용기를 갖고 단호한 의지로 협상을 진척시키고 있으며 가장 중요하고도 까다로운 문제를 솔직한 태도로 접근, 궁극적인 해결방안을 찾고 있다.

그러나 서둘러서는 안된다. 이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면 미국은 물론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지도자들 모두 다음 세대에 바통을 넘겨주는 장기적인 협상과정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장차의 노력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 틀림없다.

(원문은 http://www.nytimes.com/yr/mo/day/oped/06cart.html에서 볼 수 있습니다)

지미 카터(前 미국대통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