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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뉴저지의 촌뜨기 처녀…뉴욕의 신데렐라로

입력 | 2000-08-10 18:55:00


뉴욕 맨해튼의 스탠드 바 ‘코요테 어글리’. 이 바에서는 칵테일을 팔지 않는다. 양주 스트레이트와 맥주만 파는 이곳에서는 여자 바텐더들의 춤과 노래가 넘치고 어떤 손님을 접대할 것인지, 누구를 퇴자 놓을 것인지도 바텐더들이 결정한다. 거친 술집이라 가끔 싸움도 벌어지지만 이들의 활기찬 춤과 노래에 빠져 술에 뒤범벅이 되다 보면 싸움도 잊혀지고 모두가 ‘코요테 어글리’가 펼치는 축제에 참여하게 된다.

맨해튼 이스트빌리지 1번가에서 10년째 영업중인 스탠드바 ‘코요테 어글리’를 모델 한 이 영화를 통해 두 아가씨의 꿈이 실현된다. 주인공 바이올렛 샌포드와 주인공역에 캐스팅된 신인배우 파이퍼 페라보. 뉴욕주와 인접한 뉴저지주의 촌에서 뉴욕에 온 두 소녀에게 명문대학을 거쳐 입신양명하는 것은 고리타분한 꿈일뿐 관심사가 아니다. 바이올렛은 싱어송 라이터로서 가수가 되고 싶고 파이퍼는 배우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바이올렛은 음반사에 아무리 데모 테이프를 돌려도 문전박대만 받고, 정작 오디션의 기회가 왔을 때는 무대공포증 때문에 노래 한 번 제대로 부르지 못한다. 파이퍼는 배우가 되고 싶었지만 그저 바에서 술과 음식이나 나를 뿐 기회가 오지 않는다. 그러나 좌절을 겪으면서도 결국 바이올렛은 바에서 즐겁게 춤추고 노래하는 가수가 되고, 파이퍼는 바이올렛의 역에 발탁되면서 배우의 꿈을 이룬다.

▲ 다섯명의 미녀가 뉴욕 맨하튼의 스탠드바에서 펼치는 젊음의 사랑과 축제를 다룬 영화 '코요테 어글리'. 이 영화를 통해 주인공 바이올렛뿐 아니라 브룩하이머에게 발탁된 신인배우 파이퍼의 꿈도 실현된다.

영화속에서 둘의 꿈을 실현시켜 주는 현실의 마법사는 할리우드 최고의 제작자 중 한사람인 제리 브룩하이머. 윌 스미스의 ‘나쁜 녀석들’, 미셸 파이퍼의 ‘위험한 아이들’, 덴젤 워싱턴의 ‘크림슨 타이드’, 니컬러스 케이지의 ‘더 록’과 ‘콘 에어’, 브루스 윌리스의 ‘아마겟돈’ 등 그가 만들어 낸 흥행작은 많다. 그는 젊은이가 고난을 겪으며 꿈을 이룬다는 진부한 이야기를 진부하지 않은 현란한 영상으로 그려내기 위해 CF감독 출신의 데이비드 맥낼리를 감독으로 기용했다.

“휴머니즘과 꿈의 가치는 영원한 것이지요. 하지만 ‘플래시 댄스’는 17년 전의 이야기입니다. 이제 새로운 세대가 즐기는 음악과 춤과 꿈을 담았습니다.”

1983년 ‘플래시 댄스’로 젊은이들의 꿈과 사랑을 그려냈던 브룩하이머는 맥낼리와 함께 이 작은 바 안에서 노래와 춤으로 가득 찬 축제를 만들어냈다.

텔레비전 시리즈 ‘ER’에 출연했던 마리아 벨로을 제외하면 파이퍼뿐 아니라 폴란드 출신 배우 이자벨라 미코, 독립영화 출신의 브리지트 모이나한, 유명 모델 출신의 타이라 뱅크스 등 ‘코요테 어글리’의 바텐더 배역은 모두 신인들이다. 하지만 이들이 좁은 바에서 펼치는 현란한 병 돌리기와 춤솜씨는 관객들의 시선을 놓아주지 않는다.

여기에 다이앤 워렌이 작곡한 음악과 두 개의 그래미상을 받은 바 있고 2000만장 이상의 레코드가 팔린 리앤 라임스의 노래는 이들의 축제를 성공으로 이끄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다.

4일 미국에서 개봉돼 지난주 흥행 4위를 기록한 이 영화의 국내 개봉일은 9월9일.

▼주연 파이퍼 페라보 인터뷰▼

1일 낮 12시 경 뉴욕 54번가 리가 로열 호텔.

“Wait a minute! ONE minute!”

인터뷰 약속시간이 조금 지나 뛰어들어오던 말괄량이 아가씨 파이퍼 페라보는 화장실에 들렸다 오겠다며 연방 “일분만”을 외치면서 다시 뛰어나갔다. 그 일분이 십분으로 변한 뒤 조금 미안한 듯 슬그머니 웃으며 들어와 앉는다.

―경쟁률이 대단했다던데 스스로 주인공 바이올렛 역에 캐스팅된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죠?

“출신도 같고 바에서 일한 것도 같아요. 얼마나 저랑 똑 같은지 놀랐어요. 다만 저는 기타를 쳐 본 적이 없었는데, 감독에게는 기타를 안 가져와서 못 친다고 몇 번씩 거짓말을 하고는 손가락이 찢어질 정도로 연습을 했어요. 그래서 이제는 꽤 잘 쳐요.”

바이올렛과 자신이 너무 똑같다며 손짓 발짓을 하며 호들감을 떠는 이 왈가닥 아가씨는 얌전하고 소심한 바이올렛과 성격이 너무 달랐다. 그런 덤벙대는 성격으로 배역을 소화해 내는 데 문제가 없었는지 묻자, 약간 당황한 표정으로 한번 흘겨보더니 손발짓이 더 커지며 대답한다.

“왜 안 힘들었겠어요? 뉴저지 여자들이 원래 저 같아요. 특히 입을 좀 가리고 웃으라는 지적을 계속 받았어요. 하지만 일하던 바에서 맨날 그릇을 깨 쫓겨날 판이었으니까, 저는 이 영화에서 성공해야만 했어요.”

그리고 보니 웃을 때 입을 가리지 않으면 정말 입이 얼굴의 반을 차지한다. 너무도 천진하고 순박한 모습에 이 촌 아가씨가 본 뉴욕의 인상을 물어보니 그는 이미 만만찮은 배우였다.

“중국 이탈리아 한국…. 뉴욕에는 모든 게 다 있어요. 그 안에서 또 튀어야만 살아남으니, 배우로서는 정말 배울 게 많은 도시예요.”

이 왈짜 같은 아가씨가 브룩하이머에게 발탁돼 얌전한 바이올렛 역을 소화해 냈으니 일단 헐리우드에서 주목할 만한 자격은 충분히 갖춘 셈이다.

kh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