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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배아복제와 난치병 극복의 길

입력 | 2000-08-10 18:55:00


질병 치료 목적의 인간배아 복제는 과학자들만의 관심사가 아니다. 당뇨병 백혈병 치매 암 등의 난치병 환자와 그 가족들도 배아복제를 통한 치료 방법을 고대하고 있다. 세포의 기능장애로 발생하는 병은 배아복제를 통한 조직세포의 이식으로 치료될 수 있다는 이치 때문이다.

난치병 환자의 경우 건강한 피부를 채취한 뒤 배아 복제를 해 조직세포로 발달시킨 다음 환자에 이식하면 병이 나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의학혁명’의 길인 인간배아 복제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엊그제 서울대 황우석(黃禹錫)교수는 36세 남성의 귀에서 채취한 체세포를 여성의 난자에 주입해 융합시킨 수정란을 배반포(胚盤胞)단계까지 분열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배반포는 세포분열 4∼5일이 지나 신체조직으로 자랄 수 있는 단계에 이른 세포덩어리이다. 신체기관으로 성장할 수 있는 상태이니 특정 장기로 형성될 세포를 떼어낼 수 있는 단계인 것이다. 실험이긴 하지만 난치병 치료의 전기가 마련됐다는 것도 그 때문이다.

황교수는 이 기술을 6월 30일 미국 등 15개국에 국제특허를 출원했다고 한다. 이는 기술에 대한 자신감의 표시일 것이다. 인간배아 복제 기술에 대해서는 1998년 미국의 ACT회사가 인간체세포를 소의 난자에 복제해 배아를 8세포기까지 진행시켰다는 보고 이후 잠잠한 상태이다. 미국 등 선진국의 연구진이 인간배아 복제 기술에 대한 사회적 비판 때문에 연구결과에 함구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황교수의 기술이 세계적인 것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인간배아 복제 기술은 필연적으로 인간의 존엄성과 윤리성 문제를 제기한다. 미국이 정부차원에서는 인간배아 복제 실험에 대한 연구지원을 하지 않고 영국이 인간배아 복제 실험 허용법안을 거부하는 것도 인간 존엄성의 훼손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물론 과학자들은 배아도 14일이 넘으면 생명체로 인정된다는 점에서 14일 미만의 인간배아에 한해서만 복제대상으로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배아 복제는 의학적 연구 목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복제인간의 탄생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에 대한 적절한 제어장치가 아직 없는 상태다. 국회에 관련 법안은 계류돼 있으나 인간복제금지만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황교수의 국제특허 출원은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정부로서는 이같은 연구가 윤리적으로 빗나가지 않고 제대로 활용되도록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출 법적 사회적 장치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