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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상봉 '큰 만남'속 南南상봉 알찬 기쁨도

입력 | 2000-08-10 18:55:00


“야, 이게 얼마만이야. 그래, 그동안 어더렇게 지냈어.”

김덕준씨(77·서울 양천구 신정동)는 10일 고종사촌인 홍대집씨(76·충남 공주시)와 15년만에 감격적인 통화를 나누면서 눈물을 글썽였다.

평양시 교외의 같은 마을에서 자란 두 사람은 48년 월남한 이래 친형제보다도 더 믿고 의지하며 살아 왔다. 둘 다 혈혈단신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85년 서울에서 조그만 옷가게를 하던 김씨가 형편이 어려워져 갑자기 이사를 간 후에는 서로 만날 수 없었다.

그리고 15년. 8·15 이산가족 방문 행사는 혈육이나 다름없었던 두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게 해줬다. 북에 두고온 가족이 그리워 이산가족 방문을 신청한 홍씨가 방북단 명단에 오른 사실을 알게 된 김씨가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홍씨에게 연락하게 된 것.

김씨는 “대집이가 북한의 가족들을 만나게 되면 우리 가족들의 안부도 물어달라고 했다”며 “방북후 돌아오면 만나 회포를 풀기로 했다”고 말했다.

문모씨(61·여)도 이번 행사 덕분에 30여년전 헤어진 사촌 남매와 재회하게 됐다. 북의 친언니가 문씨를 만나러 오게 됐다는 소식을 언론에서 알게 된 사촌 남매들이 30여년만에 적십자사를 통해 문씨에게 전화를 걸어온 것.

이처럼 이산가족방문단 명단 발표후 적십자사에는 그동안 소식을 모르고 지내던 남쪽의 친지와 지인(知人)들이 서로의 연락처를 묻는 전화가 하루 20∼30통씩 걸려오고 있다. 이산가족방문단 교환이 남쪽 친지와 지인들간의 상봉이라는 부수효과도 낳고 있는 셈이다.

이들은 또 15일 북쪽에서 내려올 이산가족들 중에 알 만한 사람이 있나 서로 수소문한 후에 적십자사측에 “먼발치에서나마 ○○를 볼 수 없겠느냐”며 간절히 물어오기도 한다고 적십자사측은 전했다.

eod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