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6월 이후 소식 끊겨 변인호와 그를 추적해온 김우동 경사의 연결과정에서 변인호 도피행각의 ‘또 다른 그림’이 그려진다.
김씨에 따르면 변인호는 99년 1월 한양대학병원에서 도주한 뒤 3개월간 서울 양재동 한 주택에서 은신해왔다.
이후 김씨는 변인호의 누나 변옥현씨의 뒤를 쫓아 그녀의 서울 화곡본동 집을 6월30일 찾아냈다. 화곡본동 일대에서 계속 발신되던 변인호의 휴대폰이 6월26일 인천국제여객터미널로 옮겨졌다가 끊어진 지 나흘 만의 발견이었다.
김씨는 “변인호가 도주한 뒤 양재동 화곡동에 머물다 6월26일 인천을 통해 중국으로 간 게 틀림없다”고 말했다. 이는 “6월26일 변인호가 중국으로 도주했다”는 검찰의 발표와 날짜가 일치한다. 검찰은 변인호의 은신처는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
△누나 변옥현씨 “성형수술로 얼굴 많이 달라져”
김우동씨는 9월 초 변인호와 처음으로 통화했다. 변인호는 “여기는 미국이다. 나는 국내에 묻어놓은 ‘보물’을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보물은 아마 ‘주식’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변인호는 금년 1월 녹취된 통화에서 ‘주식을 모두 찾았다. 나는 이제 살았다’고 말한다).
김씨는 며칠 뒤 변인호의 옛 동거녀 이모씨 어머니 권모씨를 만나 변인호의 돈 1000만원을 받았다. 그리고 이모씨의 휴대폰 통화명세를 변씨에게 제공했다. 이후 김씨와 변인호 사이에 수시로 통화가 이뤄졌다.
처음엔 변씨측에서 일방적으로 전화가 걸려 왔으나 나중엔 김씨도 변인호가 일러준 017-242-30×× 휴대폰 번호로 전화를 걸어 변씨와 통화할 수 있었다고 한다. 김씨는 “지난 5월까지는 변인호가 자신이 부산 등 국내에 있다고 자주 말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변옥현으로부터 “변인호가 성형수술을 해서 얼굴이 못 알아볼 정도로 달라졌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검찰의 한 관계자는 변인호의 성형수술 사실을 부인했다.
6월 이후 017휴대폰의 연락이 끊어졌다. 변인호는 다시 사라졌다.
허만섭/주간동아 기자 mshu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