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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한국의 귀화식물'

입력 | 2000-08-11 18:30:00

북아메리카 원산의 큰달마지꽃은 화초로 재배된다


귀화식물은 억울하다. 가까스로 타향에 뿌리 내렸더니 환경파괴범으로 의심받기 일쑤다. 돼지풀이 봄철 알레르기를 일으키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말없이 착하다.

140여종의 대표적인 귀화식물을 소개한 이 책은 오해와 편견을 교정해준다. 각각의 유래와 생태적 특성 뿐 아니라 그 쓸모까지 아우르고 있다. 식물학계 노장 학자들이 최근의 연구성과까지 소개한 점도 돋보인다.

책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현재 200여종의 외래식물이 살림을 차렸다고 한다. 유럽(40.5%)이나 북아메리카(22.8%) 같은 먼 곳에서 넘어온 것이 많다. ‘철새의 발바닥에 붙은 씨앗 한 개가 대륙을 건너가 새로운 숲을 이루기도 한다’는 다윈의 말처럼 유입 경로는 다양하다.

주로 볕이 잘 드는 나지나 초지에 자라는 ‘잡초’ 대부분 귀화한 것들이다. 식물사회도 인간사회 못지 않게 보수적이어서 재래식물들로 꽉 들어찬 숲에는 쉽게 뿌리내리기 어렵다. 하지만 재래식물이 거들떠도 안보는 척박한 땅에서는 질긴 생명력을 발휘한다. 전국에서 서울, 그중에서도 새로 개발된 강남지역에 가장 많은 외래종이 분포한다. 자연이 파괴된 곳에 자리잡으므로 환경파괴 지표로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궁핍한 여건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은 경이롭다. 망초는 열매 1개에 무려 6만개의 종자를 생산하고, 질경이 씨앗은 20년이 지나도 살아난다. 중국 연꽃 종자는 2000년 이상 지나도 싹을 틔웠을 정도.

책 뒷부분에는 식물도감 형식으로 140여종의 대표적인 귀화식물의 신상과 일화를 소개했다. 쑥, 강아지풀, 냉이, 달맞이꽃 같은 친근한 이름들도 보인다. 망초(canadian fleabane)는 경술국치 후 못보던 풀이 돋아나자 나라가 망할 징조라며 ‘망국초(亡國草)’로 불린 것이 이름이 됐다고 전한다. ‘동구 밖 과수원길 아카시아 꽃이 활짝 폈네…’는 ‘아까시나무’를 아프리카 사막에 사는 ‘아카시아’로 잘못 부른 것이고,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나라 내고향…’은 하얀 찔레꽃을 붉은 해당화로 오해한 탓이라고 한다. 281쪽 1만8000원.

▶ 한국의 귀화식물 / 김준민 외 지음 / 사이언스북스

diga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