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국면을 맞아 미국의 야당인 공화당이 집권 민주당을 공격하기 위해 ‘안보 위기론’을 주장하자 군부가 발끈하고 나섰다.
윌리엄 페리 전 국방부장관과 존 샬리카슈빌리 전 합참의장은 10일 워싱턴포스트지에 게재된 공동 기고를 통해 “정치권의 군사력 약화 주장은 실상을 호도할 우려가 있다”며 “미국은 재래식 무기와 전략핵무기 측면에서 여전히 세계 최고의 군사력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조지 부시 전 대통령과 빌 클린턴 대통령의 첫 임기 중 이루어진 군사력 감축은 사회주의권의 붕괴 등 시대상황에 따라 점진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실제 미군의 활동능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며 “군사력 감축을 이유로 미국이 마치 안보위기에 놓인 것처럼 말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군부의 이같은 움직임은 최근 공화당이 군사력 강화를 내세우며 민주당 집권기간에 미국의 군사력이 현저히 약해졌다고 주장하자 이를 반박하기 위한 것이다.
군사역량이나 군의 사기는 결코 예전보다 떨어지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91년 걸프 전쟁을 지휘했던 노먼 슈워츠코프 전 장군 등은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지난 몇 년 사이 육군 사단은 절반으로 줄었고 해군력은 3분의 1이, 공군력은 40%가 감축돼 국방에 심각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었다.
조지 W 부시 공화당 대통령 후보는 이같은 안보위기론을 등에 업고 군사력 강화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미군 병력은 걸프전 당시 220만명이었으며 최근의 병력규모는 145만명으로 추산된다.
국방부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전투태세 미비론이 나오자 즉각 “군의 전투태세는 완벽하다”고 반박한 바 있다. 페리 전장관 등의 이번 신문기고는 직접 정치권을 상대하기 어려운 국방부를 측면 지원한 것.
그러나 곧 전역하는 앤서니 지니 해병대사령관은 이날 CNN방송과의 회견에서 “군사력이 너무 감축돼 앞으로 걸프전쟁과 같은 큰 군사작전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 과연 어느 정도의 군사력을 갖추어야 하느냐에 대한 미국 내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eligius@donga.com
▼개혁당 분열위기…전당대회 뷰캐넌 지지-반대파 대립▼
대선을 석 달 앞두고 미국의 제3당인 개혁당이 분열 위기를 맞았다.
10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치러진 대선 후보 지명을 위한 전당대회는 반쪽 대회가 되고 말았다. 이같은 당 분열 위기는 로스 페로가 당을 만든 지 8년 만의 일이다.
이날 로스앤젤레스 남부 롱비치 컨벤션센터에서는 패트 뷰캐넌을 지지하는 이들이 반대파의 입장을 막고 전당대회를 개막했다. 대회는 나흘간 계속된다. 이에 뷰캐넌의 지명을 거부하는 대의원 300여명은 대회장 인근에서 별도의 전당대회를 열고 뷰캐넌 진영이 연방정부로부터 받게 될 선거자금 1250만달러를 내주지 말도록 연방선거위원회(FEC)에 공식 요청했다.
FEC는 이전 대선에서 5% 이상 득표한 당에 선거자금을 지원하는데 96년 대선에서 로스 페로는 8.5%의 지지를 얻었다.
당 내분은 지난달 말 당 집행위원회가 뷰캐넌 진영이 예비후보 선출을 위한 우편 투표 대상자의 상당수를 과거 뷰캐넌을 지지했던 공화당원과 기부자로 채웠다며 뷰캐넌을 예비후보 명단에서 삭제하기로 결정하면서 불거졌다.
뷰캐넌은 100여만명의 투표자 가운데 50만표 이상을 확보, 개혁당 대선후보로 선출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개표는 11일,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은 12일로 예정돼 있다. 개혁당 대통령후보가 연방선거자금을 받으려면 당에 잔류해야 하기 때문에 분당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보이나 내분은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선점당한 고어-리버맨 닷컴 도메인 무상제공받아▼
미국 민주당의 대통령 선거 진영이 큰 시름 하나를 덜었다. 정부통령 후보인 앨 고어와 조지프 리버맨의 이름으로 된 최상의 인터넷 도메인명을 거저 얻었기 때문.
민주당 인터넷 선거운동팀은 그동안 선거운동 기간 중 사용할 웹사이트명을 정하려고 무진 애를 써 왔다. ‘도메인 사냥꾼’들이 고어와 리버맨의 이름을 조합한 도메인을 대부분 선점해 놓은 상태였던 것. 도메인 이름을 한달 사용하는데 20만달러를 요구한 사람도 있었다.
그러던 중 한 대학생이 ‘고어리버맨닷컴(www.gorelieberman.com)’이라는 도메인을 민주당에 무상으로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E메일로 밝혀 왔다.
메릴랜드대 3학년으로 리버맨과 같은 유대계인 데이비드 잭슨(20)은 3월 리버맨이 고어의 러닝메이트가 될 것을 희망하면서 이같은 이름의 도메인을 미리 등록해 놨던 것.
이에 따라 고어 진영은 잭슨에게 도메인 등록비 100달러만 지불하고 최고의 웹사이트 이름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고어 진영의 인터넷 선거운동 책임자인 벤 그린은 “잭슨이 기증한 도메인이야말로 바로 우리가 원하던 것”이라며 “이 이름을 물욕이 없는 청년이 소유하고 있었다는 것이 큰 행운”이라고 기뻐했다. 고어리버맨닷컴은 현재 고어와 리버맨의 선거운동에 관한 내용과 공약 등을 도표와 함께 상세히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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