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피에르 신부는 세계적 빈민구호 공동체 ‘엠마우스’의 창시자다. 그를 일컬어 ‘행동하는 성자’ 혹은 ‘분노의 성자’라 부르기도 한다. 90에 가까운 나이가 되도록 그는 가지지 못한 자들의 억눌린 삶에 대하여 한결같이 의로운 분노로 행동했다. 이 책은 ‘엠마우스’를 중심으로 피에르 신부와 그의 동지들이 실천해온 사랑의 이야기이며, 그가 인류 앞에 내놓는 ‘나눔과 베풂’의 호소문이다.
책 전체를 통해 일관된 그의 호소는 머리말에서도 나타나는 ‘박애’의 메시지이다. 프랑스혁명이 제공해온 ‘자유 평등 박애’의 위대한 이념이 근대사를 통해 계속 위협을 받고 흔들렸지만, 그는 이 이념을 통해 인류가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
그 세가지 덕목 중에서도 인류가 ‘참 인간다움에로 나갈 수 있는 길’은 바로 ‘박애’다. 그것은 서로 간에 균형을 잃기 쉬운 ‘자유’와 ‘평등’을 중간에서 연결시켜 균형을 잡아주는 시금석이며, 사랑의 하느님으로부터 나와 세계를 ‘사람이 사람답게 살만 한 세상’으로 만들어주는 창조적인 힘이다.
피에르신부는 이 ‘박애’라는 덕목을 통해 책 속에서 인류 공존을 위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다. 그것은 국가 이기주의의 철폐와 국경의 철폐라는 비전이다. 그는 주리고 지친 제3세계의 사람들이 유럽의 유휴지를 자유롭게 경작하도록 허용할 것과, 곡물의 과잉생산분을 비축하지 말고 기근을 겪는 나라에 무상으로 나누어줄 것을 촉구한다. 그에게 그것은 이미 도덕적 촉구를 넘어 인류가 나아가지 않을 수 없는 당위에 속하는 것이다.
1912년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기득권을 포기하고 수도원으로 들어가 신부가 되었으며, 신부가 된 뒤에도 가난한 사람들을 돌보았다. 히틀러 침략 아래서는 레지스탕스가 되었고 전후에는 국회의원이 되어 소외된 사람들에게 형제애를 실천하는 삶을 살았다. 그의 삶은 끊임없이 전투를 선언하는 삶이었으며 그 전투는 세상의 가난과 비참과 편견에 대한 전투였다.
이 책에는 재미있는 일화도 여럿 수록돼 있다. 어느 날 피에르신부는 20년간 감옥을 살고 나와 절망에 빠져 자살을 기도했지만 실패한 한 남자를 만났다. 그에게 피에르 신부가 말했다. “당신은 자살하기로 작정하였으니 거리낄 게 없이 자유롭겠군요. 그러니 죽기 전에 나를 도와서 다른 사람들을 돌아보는 일을 하지 않겠습니까?” 남자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다가 그렇게 하겠노라고 답했다. 그 뒤에 그는 살아야 할 이유를 깨닫고 용기를 얻게 되었다. 자기보다 가난하고 불행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살게 된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모여 엠마우스의 집을 세웠다.
지금은 세계 곳곳에 350개의 ‘엠마우스의 집’이 세워져 있다. 수천명의 가족들이 엠마우스 공동체에 속하여 자신보다 불행한 사람들을 위해 도움의 손길을 펴고 있다. 책을 읽어나가는 중에 우리는 과연 사람답게 사는 길이 어떤것인 지에 대하여 생각게 된다. 그리고 이웃을 위해 살아가는 삶 속에 갖는 기쁨과 행복을 함께 느껴나가게 된다. 이 책은 그리하여 삭막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큰 깨우침과 위로를 준다.
▼'당신의 사랑은 어디 있습니까'/ 피에르 신부 지음/ 바다출판사/ 140쪽 6000원▼
김진홍 (목사·두레공동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