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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이순원의 '모델'…국내 최초 e북 신작소설

입력 | 2000-08-13 18:15:00


국내 최초의 e북 신작소설이 16일 출간된다. 주인공은 이순원의 장편소설 ‘모델’이다. 인터넷서점 ‘Yes24’가 이날 오전 9시 자사 홈페이지(www.yes24.com)에 이를 선보인다.

그에 앞서 e북 ‘모델’을 읽어봤다. 일단 전용선이 연결된 펜티엄Ⅱ급 컴퓨터로 전용 뷰어 프로그램을 내려받아 설치했다. 컴맹을 갓 벗어난 실력으로도 2∼3분만에 손 쉽게 끝낼 수 있었다. ‘모델’ 파일을 전송받는데에는 5초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전용 뷰어 프로그램을 실행시키고 파일을 열었다. 해시시 잘 웃던 평소와 달리 심각한 표정의 이씨 얼굴이 보인다. 화면 왼쪽에 달린 ‘NEXT’ 단추를 마우스로 눌러 페이지를 넘기니 본문이 시작됐다. 화면과 글자체가 깔끔해서 그런지 첫인상은 종이책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았다. ‘Setting’ 버튼을 눌러 큰 글자로 바꾸고, 배경화면도 종이색과 비슷한 것을 고르니 보기가 한결 편해졌다.

의자에 곧추 앉아 마우스를 딸깍거리며 독서 삼매경에 접어 들었다. e북이란 말 때문에 뭔가 중뿔난 것인줄 짐작했지만 별다른 불편은 없었다. 이야기는 앙드레김 의상은 입어볼 수 없는 ‘삼류’ 웨딩드레스 모델의 꿈과 좌절에 대한 것이었다. ‘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 같은 초기작의 사회성과 ‘순수’ 같은 근작의 서정성이 합쳐놓은 듯했다.

우선 초반에 나온 ‘모델’ 이행시를 보고 배시시 웃음이 나왔다. ‘모: 모하는 년이야?’ ‘델: 델구 잘 만한 년이야?’. 나중에 친구에게 써먹을 요량으로 이 대목을 마우스로 구역을 만든 뒤에 ‘Bookmark’ 버튼을 눌러 밑줄을 쳐두었다.

적지 않은 분량임에도 이야기는 경쾌하게 읽혔다. 심각한 사설이 없는데다 대화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 덕인 듯 싶었다. 전체 이야기를 12개의 작은 이야기로 나눈 것도 한결 지루함을 덜어주었다. 평소와 다른 스타일인 것을 보니 작가가 젊은 네티즌을 의식해 나름대로 새로운 글쓰기를 시도한 것 같았다.

100페이지(원고지 500장)가 넘는 분량을 슬렁슬렁 넘겨보는데 걸린 시간은 2시간 남짓. 이 정도면 평소 종이책을 읽는 실력과 큰 차이가 없었다.

눈은 생각보다 덜 피로했지만 허리는 예상외로 불편했다. 소설과 만화책을 방바닥에서 뒹굴며 보던 습관 때문일까. 중간에 화장실에 들고가서 못보는 것도 아쉽기 그지 없다. 훔쳐 쓸만한 대목 여러 곳에 밑줄을 쳐 두었지만 복사해서 따로 모아놓지 못하게 되어 있는 약점도. 글을 읽다가 떠오르는 단상을 적어 넣을 수 있어도 좋을텐데….

다음은 사족. 파일 값은 3000원은 종이책의 절반이라지만 아무래도 비싼 듯하다. 책장에 꽃아둬서 나의 교양을 보여줄 수도, 친구에게 선심 쓰듯 빌려줄 수도 없는데 말이다.

diga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