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거래소에 상장됐거나 코스닥시장에 등록된 창업투자사(벤처캐피털) 가운데 7개사가 주가하락을 저지하기 위해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닷컴기업 위기론’으로 투자수익률이 크게 저하되는 상황에서 주가안정까지 해야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것.
13일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증권시장에 따르면 KTB네트워크와 한국기술투자 TG벤처 동원창투 등 7개 벤처캐피털이 모두 1337억여원의 자기자금을 동원해 자사주 취득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표 참조)
이들 7개사가 자사주 취득에 쏟아붓는 자금 규모는 올해 상반기(1∼6월)에 거둬들인 순익의 절반 가까운 40%선에 이르는 것으로 벤처캐피털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특히 코스닥종목인 TG벤처는 작년에 40억원을 들여 한차례 자사주 취득을 한 데 이어 올해도 10억원으로 주가안정을 진행중이고 한국기술투자 역시 4월과 5월 각각 400여억원과 100억원으로 연거푸 자사주 취득을 하겠다고 공시했다.
벤처캐피털의 자사주 취득은 벤처투자를 위해 사용해야 할 자금이 주가안정에 들어가는 것으로 이는 벤처투자 감소를 낳고 이어 벤처산업 위축으로 연결되면서 결국 코스닥시장 침체로 귀결되는 악순환을 낳게 된다고 증권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또 벤처캐피털이 거액을 들여 주가안정을 시도하고 있지만 창투사 주식에 매력을 느끼는 투자자가 적어 효과를 제대로 거두지 못하고 있다. 올들어 거의 대부분의 창투사 주가가 바닥권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게다가 한솔창투와 한림창투 우리기술투자 제일창투 등 올들어 코스닥시장에 진입한 벤처캐피털은 예외없이 주가가 공모가의 80%선 밑으로 곤두박질해 시장조성에 들어가는 대표적인 업종으로 낙인찍히는 불명예까지 겪고 있다.
한편 작년에 상대적으로 이익을 많이 거둔 벤처캐피털은 주가안정에 나설 자금을 댈 여력이 있지만 코스닥시장에 등록된 일부 창투사들은 유동성 부족에 시달려 자사주 매입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e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