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의 도시’를 뜻하는 로스앤젤레스는 14일부터 17일까지 열리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희망과 우려로 술렁거리고 있다.
대회장인 스테이플스센터와 이곳에 이르는 주요 도로 주변은 정당정치의 최대 축제인 전당대회를 알리는 각종 현수막으로 뒤덮였다. 로스앤젤레스 공항과 고속도로의 시내 진입로는 12일부터 미국 전역에서 모여든 대의원과 당원, 보도진 등으로 메워졌다. 시내 호텔의 객실은 일찌감치 모두 동이 나 숙소를 예약하지 못한 관광객들은 성수기 요금보다 웃돈을 주고도 방을 구하지 못해 발을 굴러야 했다. 숙박업소와 레스토랑 기념품상점 등은 3만5000명이나 되는 전당대회 참석자들이 대회기간 중 1억3200만달러를 뿌릴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대목에 대한 기대로 한껏 부풀어 있다.
그러나 한편에선 지난해 12월 시애틀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행사와 4월 워싱턴DC에서 열렸던 국제통화기금(IMF)총회 때 격렬한 시위를 벌였던 각종 시민단체의 회원들이 속속 집결하며 대규모 시위를 계획하고 있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경찰 헬기는 전당대회 장소 주변을 낮에는 물론 밤중에도 선회하며 주시하고 있고 순찰차도 시위 예상 지역 곳곳에 배치돼 삼엄한 감시를 계속하고 있다. 군도 만약의 사태가 발생할 경우 즉각 투입될 준비를 갖추고 있다.
92년 로스앤젤레스 폭동 때 약탈의 대상이 됐던 귀금속 상점과 일부 코리아타운의 상점은 물건들을 안전한 장소로 옮기고 자체 경비를 강화하거나 당분간 철시(撤市)를 계획하는 등 예방책을 강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이번 대회에서 앨 고어 부통령을 대통령 후보로 공식 지명하는 것을 계기로 빌 클린턴 대통령에 이어 정권을 재창출하겠다는 의욕에 불타 있다. 60년 이곳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뉴 프런티어 정신’을 기치로 내건 존 F 케네디 상원의원이 대통령 후보로 지명되면서 민주당 바람을 일으켜 결국 집권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로스앤젤레스를 ‘앨 고어―조지프 리버맨’ 바람의 진원지로 만들겠다는 의욕이 대단하다.
민주당은 이를 위해 지난달 31일부터 3일까지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를 면밀히 분석했다. 고어 부통령은 공화당의 전직 대통령들이 전당대회에 참석한 것을 보고 민주당 출신인 지미 카터 전대통령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전당대회 참석을 요청, 승낙을 얻어냈다.
민주당은 또 공화당이 전당대회에서 화려한 쇼를 방불케 하는 겉모습에 치우쳐 유권자들의 주요 관심사에 대한 당의 입장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다고 분석, 당의 정책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 데 역점을 두기로 했다. 이를 위해 환경 낙태 동성애 등 민주당이 옹호하는 각종 이슈를 대변하는 시민단체의 대표들을 주요 연사로 내세워 공화당과 차별되는 당의 정책과 이미지를 최대한 부각시킬 방침이다. 또 개막일인 14일에는 클린턴 대통령과 부인 힐러리 여사를, 15일에는 케네디 전 대통령의 딸 캐롤라인과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을 연사로 등장시키는 등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만한 ‘연출’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민주당의 최대과제는 그동안 클린턴 대통령의 ‘2인자’로서의 이미지가 굳어진 고어 부통령의 정치적 홀로서기를 확립하는 것. 민주당은 클린턴 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참석자들이 ‘고어 대통령 만들기’의 조연임을 적극적으로 부각시킬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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