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 희망을 거는 이유.
한없이 게을러도 좋은 일요일 아침, 늦잠에서 막 깨어나 게슴츠레한 눈에 새파란 바다가 들어온다. 곧이어 들리는 반가운 시그널, '딩동댕'. KBS1TV의 이다.
은 한국인의 독특한 문화적 코드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신명, 과시, 어울림, 그리고 무엇보다 자발적인 난장. 이러한 요소들은 '해학'이라는 보다 상위의 카테고리로 범주화된다. 그 정점은 바로 '땡'이다.
의 재미는 프로다운 아마추어의 기량을 감상하는 데 있지 않다.
그보다는 60대 젊은 오빠의 자작곡 같은 '네박자', '팔봉리 클론'의 안되는 율동, 중앙로 '정이 엄마'의 안타까운 가무가 우리를 즐겁게 한다.(그런데 이들의 공통점은 너무나 진지한 얼굴들을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실력과 기량에 관계없이 대중에게 자신의 신명을 보여준다는 발상은 서구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러한 공연자의 의도에 공감한다. '한마당'과 '어울림'이라는 우리의 아주 오래된 정서. 에 각인된 그러한 코드는 세대와 세대를 연결하고 지역과 지역을 연결한다. 그것은 지금 우리사회의 필요한 가치이기도 하다.
이 내포하고 있는 이러한 한국적 코드들을 우리 방송 프로그램들이 쉽게 저버리지 말았으면 한다. 전통이라고 하면 으레 사물놀이나 사극에 경도되고 세계화라고 하면 해외 선진사례로 갈음하는 단선적 사고를 벗어나 '재지역화'된 한국적 방송 프로그램의 성공사례가 바로 이기 때문이다.
Media라는 단어는 라틴어 Medius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그 어원적 의미는 천상과 지상을 중재하는 무당, 즉 샤먼을 뜻했었다. 현대 미디어의 총아인 TV는 바로 샤먼으로서 갈등을 봉합하고 치유할 수 있는 권능을 갖고 있다. 다만 제작자들이 그 힘을 제대로 활용하는 방법을 모르고 있을 뿐이다.
은 일백개의 지역감정 토론 프로그램과 일천개의 세대문제 특집프로그램들 보다 가치있는 프로그램이다.
한정석(PD.영화평론가) kalito@crezi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