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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J리그 득점선두 김현석, 라커룸에서 '소동'

입력 | 2000-08-15 10:11:00


「가물치」 김현석(베르디 가와사키)은 대단한 자존심이 상당히 강한 선수다.

전반기 12골로 득점공동선두(12골)로 나섰고 후반기 개막전에서 오른쪽 늑골을 골절당하는 부상으로 한달여동안을 쉬는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 복귀 4게임만에 3골, 그것도 3게임 연속골을 터뜨리며 다시 득점공동 선두(15골)로 나서는 저력을 과시했다.

8월12일 J1리그 후기 9차전, 전반 28분 이시즈카가 왼쪽 센터링을 올려주자 수비 4명 사이를 뚫고 헤딩으로 길목을 찾아 결승골을 뽑아내 1―0승리를 이끌었다. 자신은 3게임 연속골에 득점공동선두로 복귀했고 팀은 2연승.

당연히 만족과 즐거움이 함께 해야할 터.

그러나 김현석은 경기가 끝난 뒤 물통을 던지고 쓰레기통을 차는 등 대단히 화를 냈다.

게임MVP로 결승골의 주인공인 자신이 아니라 어시스트를 한 이시즈카가 지목돼 즉석 인터뷰의 대상자가 된 것이다. 베르디 구단이 아니라 J리그 관계자들이 선정한다지만 자존심이 상했다.

이미 전반기에서 연속된 골사냥을 하면서도 서너차례 이런 경우를 당해 만성이 될법도 하지만 이날은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게임MVP 호명이 있은 뒤 김현석은 선수대기실로 들어가면서 마시고 있던 물통을 베르디 가와사키 사장 앞쪽으로 던져버렸다.

이국수 총감독도 그자리에 있었다.

비록 방송은 되지 않았지만 TV카메라도 있었다. 그는 개의치 않았다. 자존심이 상했기 때문이다. 라커룸에 들어가서도 쓰레기통을 차면서 욕을 해댔다.

사태가 악화되자 베르티 구단에서 강화부장, 홍보부장 등 고위관계자들이 나와 김현석을 달래기 시작했다.

김현석은 이미 베르디에서 없어서는 안될 선수가 됐으니.

결국 김현석도 자신이 너무 심했다고 사과를 하며 일단락됐지만 일본인 구단관계자들은 혼쭐이 났다.

김현석이 계속 득점선두권을 유지하고 득점공동선두에 나서고 있는데도 올스타에 선발되지 않은데서도 이런 일본인의 텃세는 드러난다.

김현석이 일본 내의 보이지 않는 벽을 이겨내고 지난해 황선홍이 세레소 오사카에서 해낸 것처럼 당당히 득점왕에 오르는 그날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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