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올림픽에 참가할 '드림팀Ⅲ'의 명단이 발표되기 전날인 13일 광주구장의 해태 감독실. 김응룡감독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예상외로 짜임새 있는 선발이 어렵다" "내야진 구성이 쉽지 않다"며 걱정을 한 보따리 늘어놓은 김감독은 "야구인생 말년에 창피나 당하는 건 아닌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필자와 단 두 사람만이 있었기에 지나친 걱정이나 엄살은 아니었다.
이대진, 박정태, 유지현, 양준혁, 심정수와 해외파 김선우가 탈락된 드림팀Ⅲ는 요즘 유행하는 광고카피처럼 "스포츠스타는 움직이는 거야"를 연상시킬 정도로 세대교체가 이루어진 느낌이다. 이번 시드니 올림픽이 새로운 스타탄생의 무대가 될지 아니면 국제대회 경험부족으로 실망스런 결과가 나올지는 지켜볼 일이다.
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시드니올림픽은 사상최초로 프로야구 선수들이 참여하는 빅이벤트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괴물투수' 마쓰자카를 앞세운 일본, 라소다감독이 이끄는 트리플A 중심의 미국, 아마야구의 황제 쿠바, 그리고 홈팀 호주 등이 메달 색깔을 다툴 가능성이 높다.
'코끼리 감독'이 이런 팀들을 어떻게 공략할지는 이번 시드니 올림픽 구기종목중 가장 큰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야구는 다른 종목과 달라 상대에 대한 분석, 전략, 당일의 운, 감독의 지휘능력에 따라 변수가 많은 종목이다. 숙적 일본엔 정민태, 송진우, 구대성이, 언더핸드에 비교적 약한 쿠바엔 임창용, 박석진, 정대현이 어떤 활약을 해줄지에 따라 순항여부가 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드림팀Ⅲ의 성적은 프로야구의 잔여일정과 흥행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김감독의 말처럼 지도자로서 마지막 승부일 수도 있어 끝날 때까지 화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허구연/야구해설가 koufax@neti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