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 안무? 몸연출이라고?
12일 개봉된 영화 ‘미인’의 타이틀에서 몸연출 담당자로 소개된 현대무용가 안은미(38). 영화의 노출과 완성도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그의 ‘폭발력’에는 미치지 못한다.
‘빡빡머리 무용가’‘무대의 사고뭉치’ 등 예사롭지 않은 별명을 가진 그는 알몸으로 무대에 오르고 걸러지지 않은 육담을 쏘아대는 그야말로 화제의 인물이다. 92년 미국 무대 진출이후 ‘현대무용의 메카’ 뉴욕이 그에게 붙여준 새로운 별명은 ‘크레이지 걸(Crazy Girl)’. 뉴욕타임즈는 98년 그의 작품 ‘별이 빛나는 밤에’에 “눈부신 상상력과 재치로 가득찬, 마술같은 환상을 주는 무대였다”고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이제 ‘섹스 안무가’가 됐다. 그게 뭔가.
“섹스를 어떻게 지도하겠나(박장대소형 웃음). 무용적인 표현으로는 몸의 선과 움직임에 대한 트레이닝었다는 게 정확하다. 남녀의 몸이 하나로 포개졌다고 모두 똑같은 건 아니다. 팔과 몸의 위치에 따라 두 남녀가 지닌 감정의 스펙트럼이 다양하게 나타난다. ”
―이름만 내건 건 아닌가.
“바쁘기도 해 내 영역밖의 일은 사양하는 편이지만 한번 시작하면 무섭게 빠져든다. ‘크레이지’는 미쳤다는 게 아니라 무언가에 홀린 듯 빠진다는 의미다. ”
―몸연출의 포인트는 무엇이었나.
“노출된 몸을 아름답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젓소부인 바람났네’ 시리즈 등 에로틱하다는 영화들을 ‘참고서’ 삼아 봤지만 대부분 시끄러운 신음과 상반신에 집중된 화면 연출 등 할리우드형 포르노에 오염돼 있었다. ‘미인’은 대사가 절제된 가운데 두 몸이 만들어내는 선과 몸의 언어에 신경을 썼다.”
―영화 작업 참여와 춤은 어떤 연관이 있나.
“영화를 통해 내가 평소 생각하던 몸과 성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 나는 자유로움을 위해 머리를 깎고 알몸으로 무대에 오른다. 주변의 눈과 고정관념, 편견에서 벗어나는 순간 새로운 세계가 열리고 즐거움을 준다고 생각한다. ”
―무용가로서 몸과 섹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서구 무용계의 경우 이전에는 ‘바디 이즈(Body Is)’라는 식으로 설명하려고 했다면 이제는 ‘바디 앤 마인드’, 그냥 한 단어로 묶어서 보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 당연하게 건강한 몸과 섹스가 건강한 인간을 더 건강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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